뼈를 깎는 고통

근위경골절골술을 하다

by 달려보자go

” 반월상연골판이 찢어졌습니다. “

의사는 MRI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여기 하얗게 보이는 부분 보이시죠. ”

“네” 내가 대답했다.

“여기가 무릎뼈인데, 보시면 안쪽하고 바깥쪽 하고 간격이 차이가 나죠? “

“네.. 그래 보이네요..”

“그리고 여기 하얗게 실처럼 보이는 이곳이 지금 연골이 찢어진 거예요.”

“네..” 화면에 집중했다. ‘

하얀 거는 보이는데 뭐가 어디가 어떻게 찢어졌다는 거야.’

대답은 했지만 도통 모르겠다.

“원인은 종아리가 많이 휘어서 무릎 안쪽에만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져서 결국 안쪽 연골이 손상된 겁니다.”

의사는 담담하고 망설임 없이 진단했다.

두 달 전부터 무릎이 많이 아팠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로 역시나 연골이 손상된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이 휜다리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나는 무릎과 무릎이 9센티미터 정도 벌어진 이른바 ‘오다리’이다.

‘결국 불치병이란 이야긴가.’

“환자분은 내시경으로 찢어진 연골을 꿰매고, 종아리를 피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

귀를 의심했다. ‘종아리를 핀다?’

다시 한번 물었다.

“ 수술로 종아리를 일자로 피는 건가요?”

“네. 종아리 안쪽에 뼈를 일부 깎아내 종아리를 일자로 만든 다음 인공 뼈로 채워 넣어서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근위경골절골술]이라는 수술입니다. “

“그러면 다리가 일자가 되는 건가요?”

나는 놀라움에 다시 물었다.

“네. 일자 다리가 되실 거예요.”

나는 충격과 놀라움 기쁨 세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알기로는 해당 수술을 하면 2년간 다리에 보조기구를 차고 다녀야 하고 수술비도 2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리를 피는 수술을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다니…‘

“그렇다면 대수술이겠네요?

수술을 하면 얼마나 입원을 해야 할까요?” 나는 궁금한 게 많아졌다.

“자세한 내용은 간호사분에게 상담을 받으시면 됩니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진료실을 나와서 수술 상담 전문 간호사를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담실로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담실에는 여자 간호사 두 명이 각자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나와 상담을 진행했다.

“김**님 맞으시죠?” 상냥한 목소리로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일 것이다.

“네. 맞아요.” 나는 조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께서 근위경골절골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죠?”

“네.” 내가 대답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 간호사의 말을 기다렸다.

“왼쪽 다리가 맞으시죠?” 간호사가 물었다.

“네. 맞아요.” 내가 대답했다.

“수술은 종아리 뼈를 조금 깎아내고 인공 뼈를 넣어서 고정하는 수술이에요.

인공 뼈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간호사는 인공 뼈에 대해 설명했다.

종류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났다.

“수술을 하면 얼마나 입원을 해야 하나요?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직장인인 나에게 중요한 요소다.

“수술을 하고 대개 10일 정도 입원하고 퇴원을 하세요.

사람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퇴원 후에는 두 달 정도 목발을 짚고 생활하셔야 해요.”

간호사가 말했다.

‘2주 입원…2달간 목발이라…이 정도면 모험을 걸만한데…‘

수술은 점차 현실감을 갖기 시작했다.

“제가 하려고 하는 수술은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수술인가요?

뼈를 깎는 수술을 한다는 게 그리고 종아리가 일자로 된다는 게 보통 수술이 아닐 거 같은데요. “

나는 조금 더 확신을 얻고 싶었다.

“주로 관절염이 있거나 연세가 많으신 환자분들께서 많이 하시는 수술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수술도 많이 하십니다.”

간호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환자분의 경우 비교적 나이가 젊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빠르실 거예요.

수술시간은 1시간 정도이고 대기시간과 회복시간을 포함하면 총 3시간 정도면 끝날 겁니다. “

간호사는 수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일단 집에서 와이프 하고 상의를 해봐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혹시 수술을 하게 된다면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음.. 스케줄을 봐드릴게요.” 간호사는 모니터를 통해 수술 스케줄을 살펴보고 말했다.

“2주 후 목요일에 가능해요.” 간호사가 말했다.

”아. 그리고 수술비는 얼마나 될까요? “

중요한 질문을 마지막에 했다.

“수술비는 인공뼈 종류에 따라 조금 달라지는데요, 대략 300만 원 정도인데 실비보험 있으시면 보험청구가 될 거예요.”

”수술이 보상이 되는지는 보험사에 문의해 보시면 정확할 거예요. “

간호사가 설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생각을 해보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내가 말했다.

병원을 나서며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병원 주변을 잠시 걸었다.

‘근위 어쩌고 절골술’이라…..

종아리를 일자로 핀다고?‘

이를테면 코감기가 걸려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의사가 “코뼈가 선천적으로 너무 휘어서 호흡하는데 불편하게 사셨네요.

간단한 수술이면 코뼈를 일자로 만들고 숨쉬기도 편해질 겁니다.” 하는 경우랑 비슷한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오다리 콤플렉스가 있었다. 이것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하는 극한의 스트레스다.

“너는 100미터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어.”라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교회를 몇 달 다니던 대학교 시절에는 진심으로 기도한 적도 있다. 일자다리로 살게 해 달라고.

내인생에 몸에 붙는 리바이스 501 청바지는 기어코 입지 못하는구나 하며 통이 넓은 지오다노 면바지만 입던 내가

마흔의 나이에 기적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평생 꿈꾸던 <기. 적.>

뼈를 깎는 수술의 두려움과 일자다리의 상상으로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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