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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by 이효명 Jan 27. 2025

커피 한잔하고 싶다. 물을 데워야 하는데 주전자나 냄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눈이 온다는 안내 경고 문자를 받았다. 밖에선 졸졸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밖이 어두워 눈인지 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물소리를 들으니 커피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커피 원두는 인스턴트를 챙겨 왔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는데 생수가 있으면 되는데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그저 누워 책만 읽고 있다. 눈꺼풀이 또 무거워진다. 커피 한 잔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 건데. 어제 술기운에 속이 더부룩하다. 더더욱 향이 그윽한 따뜻한 커피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밤새 온돌 소파 전원을 끄지 않았나 보다. 일어나자마자 소파 위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는다. 열기를 머금은 온돌이라 전원을 껐다. 따스함이 내 등에서 엉덩이까지 느껴진다. 말 그대로 등 따시고 배부른 상태다.
잠을 더 청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기로 한다. 그러니 커피 생각이 더 간절하다. 안방은 기척 없이 조용하다. 엄마가 아직 주무시고 있나 보다. 생수를 얻으려면 온 집안이 떠들썩하게 알칼리수 생성 중입니다,라고 기계가 크게 말한다. 엄마가 그 소리에 반응해 깨는 게 싫다. 잠들기가 힘들어 수면제를 먹어야 주무신다. 어렵게 청한 잠인데 알칼리수 때문에 깨울 수는 없다. 커피를 마시려면 기다려야 한다. 집이 이사를 한터라 일찍 문을 여는 커피숍도 어딘지 모른다. 내 손으로 자유자재로 커피 믹스를 컵에 붓고 정수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을 바로 담고 호호 불며 마시는 커피의 그 첫 모금이 그립다. 곧 식구들이 일어날 시간이 됐는데 그냥 알칼리수 알람을 켜볼지 아니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볼지 고민한다. 간절히 원하고 얻은 커피는 그 맛이 더 풍미가 나겠지. 내 집이 그립다. 명절이라 내려온 친정도 내 집만큼 편치 않다. 커피 한잔 생각에 지금 집으로 가고 싶다. 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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