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감이 온다. 하지만 다연이가 뭐라고 말하던 상관없었다. 그녀는 내가 모르는 더 오래된 과거로 돌아가서 미국 유학을 결정할 작정일 것이다. 누구보다 세련되고 누구도 다 용서해 줄 것처럼 여유 있어 보이는 이모는 생김새와 달리 까탈스럽고 아량이 없었다고 했는데. 다연이가 그런 이모 밑에서 살게 놔 둘 순 없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나는 다연이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나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그녀를 모르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 10분까지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할 것이다. 소파에 걸터앉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확인했다. 인터넷 실검 1위 이소연 사망사건. 남자친구 S군.
‘광기 어린 S고등학생 호미기획사 L연습생 살해에 이어 그녀의 동생까지 위협하려다 체포.’
[S군은 호미 기획사 연습생이었던 20대 L양과 6개월간 연애를 하다 L양이 바빠짐에 따라 소원해지는 관계로 의심병이 시작. 9일 밤 그녀와 심하게 다투고 저녁 11시 그녀를 협박 및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셀로증후군 #편집증세 #의심병 #고등학생망상]
[‘연습생 여동생 D양 묵묵부답으로 일관’
‘S군 마약 연루까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집착]
S군이 나군. 이미 다 밝혀진 이름 가지고 S군 L 양이라니.
나는 그날밤 바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승리의 쾌재를 부른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이다. 이런 게 어른들의 세계구나. ‘나에게 죄를 덮어 씌우고도 너희들이 잘 살 것 같으냐!’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돈과 권력의 편에 서 있는 차가운 세상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틈틈이 들어오는 검찰조사에 협조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조작된 증거가 나를 더 위증하게 만들었다.
살인자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나?
몇몇 경찰들은 너무나도 떳떳한 나의 태도에 의구심을 품었다. 소시오패스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한 기획사 법무팀의 축하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아무도 없는 방은 작전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결정적 증거 확보를 위해 마지막 10분을 쓴다. 나는 김예지의 쇼케이스 데뷔 이후 그들이 했던 사건의 당일로 돌아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내가 없던 장소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과거에 있었던 기획사와 최대한 가까운 장소를 생각해 낸 다음 그곳으로 가서 기획사에 들어가 보는 게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