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

by 봄남

대형 기획사의 법무팀부터 VIP들의 전용 로펌의 변호사들이 동원되어 나를 쓰레기로 만들기로 작정했나 보다. 난 그저 억울함을 밝히려고 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나의 죄는 점점 커져만 갔다. 처음엔 “김예지와 내가 허위 사실을 폭로하여 회사에 피해를 주었다.”며 고소했고 업무 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법을 들이대며 나를 공격했다.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는 장난 같은 것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은 나의 가방을 샅샅이 뒤지더니 나도 모르는 마약의 존재를 찾아내 가져갔고 같이 온 기사들은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댔다. 게다가 사망 사건의 용의자? 네티즌들은 흥분했다. 나는 순식간에 실검 1위를 장악했다.


당분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방에 처박혀서 어떻게 사건을 되돌릴 수 있는지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매일같이 방문을 두드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타임루프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그 사이에 기획사 측에서는 조작된 CCTV와 기존 연습생들에게 위증을 하게 한 다음 예쁘고 잘생긴 아이들을 동원에 언론 플레이를 했다.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호미 기획사가 어떤 회산데.’ ‘고등학생이 저런 일을 말도 안 돼. 간도 크다’ ‘고등학생이 미쳤나 봐. 소시오패스 아니야?’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여론은 다시 기획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개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이를 악 물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걸 어떻게 한담.


나에겐 아직 10분이라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오기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실제로 일부 연예인 고발사건에서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 있어. 여론 몰이와 힘의 싸움이야. 너에겐 불리한 조건이지. 너무 섣불리 행동했지만 정의를 위해서 나선 너를 위해 나도 최선을 다해서 여론을 형성해 볼게. 하지만 각오해.”

오기자님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여론에 휘말리지 말자.’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자’라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오기자님의 노력에도 자극적인 기사를 뭣도 모르고 따라가는 대중들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이제부터 머리를 어떻게 굴릴지 오기자님 지켜보라고요.


나는 거실에 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틀이 지나도록 교복도 안 갈아입고 있었다. 일단 타임루프를 최대한 아껴 쓰기로 했다.


띠링


다연이로부터 온 전화다.


“재윤아 나야 다연이. 네가 자꾸 타임루프를 쓰는 것 같은데 그거 함부로 쓰지 마. 내가 할게. 일단 가만히 있어 과거로 돌아가지 말아 줘 제발.”

“왜 뭐 하려고?”

“내가 생각이 있어. 너는 우리 언니 사고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잖아. 나는 가능하거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무리하지 마 다연아 나도 해결할 수 있어.”

“아니야. 안돼.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아. 다시 돌아가지 마. 네가 위험에 처하는 느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어떻게 할 건데?”

“일단 내가 다시 연락할 때까지 사건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 다시 연락할게.”

“안돼! 너 설마….”

“네가 이렇게 된 거 다 내 탓이야. 나랑 만나지 않으면, 나를 몰랐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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