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 Oct 12. 2024

12. 중국에서 일어난 소 xx 사건

때는 약 8년 전 중국 유학 시절이다. 기억만큼은 엊그제 같은데, 20대 초반 근 10년 전 이야기라니 혼자 새삼 놀란다.중국 유학 시절, 나는 빠르게 중국어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에 방학도 줄여가며 중국에 더 있게 되었다.

사실상 방학이나 다름없었던 상해유학은 딱 1달로 여름방학 특강 같은 개념이었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한 달을 계약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학교 수업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

중국어라 하면 수준은 왕초보에 지나지 않았지만, 근 4개월간 중국살이를 하다 보니 웬만한 건 익숙해진 탓에

먹고 사는 데엔 문제가 없어 더 이상 중국살이가 힘들지 않았을 시기였다. 상해에 한 달은 산다고 하니, 너도나도 놀러 가겠다며 아우성이었다. 말로만 그럴 줄 알았는데 실제로 온 친구들이 상당(?)했다. 한 달 동안, 나 혼자 지내는 날은 딱 이틀정도였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상해에 지내는 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8년 전에도 34도는 쉽게 찍던 상해였고, 습도까지 높아 여름에 태어나 더위에 강하다는 나만의 자부심도 그건 틀린 소리라며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극한으로 더운 상해에 친구가 놀러 왔다. 놀러도 왔으니, 응당 상해 투어를 해야 하지 않은가.

너무 더워 상해의 명소를 전부 다는 가지 못했지만, 와이탄과 동방명주만은 빠질 순 없었다.그때 여행은 이런 식이 었다. 친구가 어딜 가고 싶다고 하면 나는 그곳에 같이 가주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나서서 여행루트를 짜진 않았다는 소리다.

나는 함께 노는 친구가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이라, 친구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을 추려오면 나는 데려가 주면 되어서 서로 좋은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날 저녁엔 와이탄을 가서 동방명주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훠궈도 먹기로 했다.훠궈를 먹고 나서 인지 전인지는 사진첩을 뒤져봐야 알겠지만, 와이탄 주변을 거닐다 소 동상 한 마리를 발견했다.

친구는 소 동상과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러더니 '야, 야! 여기 만지고 찍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그곳은 바로 소의 불알이었다. 나는 한참을 웃다가 제주도의 돌하르방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처럼 소의 그곳을 만지면 복이라도 들어오는 거구나 라며 지레짐작했고, 무엇보다 친구가 이곳을 오고 싶다고 찾은 것이니 소에 대해서도 알고 나에게 찍자고 한 줄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친구가 하는 소리가, '나도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그때 사람들이 많이 만지길래, 재밌어서 찍자고 한 건데?'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아무도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른다는 것이 놀랄 일이고, 이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는 게 더 놀랄 일이었다. (난 친구가 알고 그러는 줄 알았고 그걸 굳이 묻지 않은 나도 대단하다.)

소의 그곳만 닳아있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뜻이겠거니 하며 웃어넘겼지만 둘 다 재미만 있음 다야! 하는 성향인 건 확실하게 느껴졌다. 여행은 안 좋은 기억은 추억이 되고 재밌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더 재밌어지는 게 매력인 것 같다.

딱 이렇게만 인생을 대하면 좋겠다. 인생을 여행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