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종과 관종의 차이를 생각하자니,
관종을 별종으로 볼 순 있지만, 별종을 관종이라 보긴 어려운 것 같다.
그저 취향이 특이한 사람은 별종이지만,
관종이기 위해 별종을 선택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특이 취향(?)이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저 취향이 특이한 건지
특이한 사람이 되고 싶어 선택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왼손잡이와 보조개에 미쳐있다. 안타깝게도 둘 다 나에게 탑재되어 있지 않다.
내가 왼손잡이에 보조개를 가진 자였다면 아마 미쳐있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왼손잡이는 특별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지하철 개찰구나 가위등 곳곳에 많은 부분들이 오른손잡이를 위해 설계된 만큼
왼손잡이는 많지 않다.
내 세대 때만 해도 왼손으로 뭘 하려 하면 손등을 때리거나 오른손으로 쓰라고 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보다 자유롭게 그대로를 받아주려 하는 것 같아 기쁘다.
나는 남. 녀. 노. 소 왼손잡이나 보조개를 가진 사람들이 극호감으로 다가온다.
이성적인 호감이 아닌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간적인 호감이 생긴다.
가끔 주민센터에서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 중 보조개를 가지신 분을 보면
괜히 미소를 짓고 친절히 대하게 되기까지 하는 그런 마법 같은 요소랄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디언 보조개가 있다.
요즘 지예은 배우의 인디언 보조개가 인기를 끌고 있어 괜히 감사하다.
하지만, 이런 보조개는 내 마음속에선 탈락이다.
나에게 보조개는 그야말로 정석의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승기의 보조개보단 이서진의 볼이 움푹 패이는 보조개 같은 것.
엄청 특이하진 않지만 매력요소라 생각하는 바람에
보조개와 왼손잡이에 남들과는 다른 레이더망을 가지고 있다.
웬만해선 잘 인지 못하는 부분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한다.
왼손잡이로 밥을 먹거나 글을 쓰는 것이 아닌데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손을 보고 알아차리기도 하고
본인도 몰랐던 숨은 보조개를 찾아내 알려주기도 한다.
'오? 왼손잡이 시네요?' 라던지
'보조개가 있네요?'라던지.
그렇게 반응하면 그 사람들은 밥을 먹거나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 하기도 하고,
내가 보조개가 있냐며 놀라기도 한다.
그럴 정도로 나는 그 분야엔 밝다.
왜, 내가 그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
별종보단 아마 관종이 되고 싶어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 그 요소를 보고 좋아해 주고 매력이라고 느끼는 게 부러웠던 게 아닐까 싶다.
내가 7살 되던 해에 대학생이 된 사촌오빠와 같이 산 적이 있다.
사촌오빠는 내가 원하던 예쁜 보조개를 가지고 있었다.
웃을 때마다 움푹 패이는 게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나는 그때부터 볼 한쪽을 손가락으로 꽤 오랜 시간 쑤시기도 하고,
치약을 바르고 쑤시면 보조개가 생긴다는 소문을 듣고
치약을 발라 열심히 쑤시기도 했다.
결과는 실패..!
아무래도 어린 피부라 그런 자극쯤엔
별 타격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지
내가 어릴 적 쑤셔놓은 부분이 웃을 때마다 들어가고 있다.
예쁜 보조개라기 보단 나이가 들어 주름이 지는 모양새다.
이걸 지금에서라도 효과를 봐 기뻐해야 하는지 세월 앞에 웃픈 현상인지 혼란하다.
왼손잡이는 될 수 있었는데 아빠가 원망스럽다.
어릴 적 왼손으로 연필을 잡아 글을 쓰는데,
아빠가 손 등을 탁 치며 오른손으로 써야지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나는 착한 어린이였는지 그 이후로부터 오른손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그냥 내버려두었더라면, 내가 왼손잡이 미련이 없었을 텐데.. 하다가도
아! 나도 부분적 왼손잡이라며 안심한다.
(나는 양치할 때만은 왼손으로 한다. 오른손으로 양치를 하면 불편해서 하지 못한다.
또 오른손잡이 치고 왼손으로 글을 꽤나 잘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보조개와 왼손잡이에 미친 변태 같다.
왼손잡이에 보조개를 가졌다고 무서워하지 마시길.
조금 쳐다볼 뿐, 물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