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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ug 21. 2024

8. 멸치똥을 따며 하는 농담

60년대 생 엄마와 90년대 생 딸이 앉아 멸치똥을 딴다.

멸치의 크기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큰 멸치도 작은 멸치가 한데 섞여있다.

또, 크기는 비슷하지만 멸치의 체형(?)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멸치는 머리가 크기도 하고 어떤 멸치는 머리가 아주 작기도 하다.

어떤 멸치는 살집이 통통하고 어떤 멸치는 앙상하다.


엄마와 딸은 멸치똥을 따며 이 세상 저 세상 이야기를 하다

멸치에게로 주제가 옮겨간다.


엄마는 한 멸치를 따더니 작은 몸에 똥이 전부라며

'이 멸치는 엄마처럼 변비인가베, 몸 안에 똥이 전부야'라고 한다.

조금 이따 머리가 비상하게 큰 멸치를 잡더니 

'이 멸치는 머리가 보통이 아니었겠는데'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지금은 말라버린 멸치지만 잡혀서 말려지기 전까지

생동감 넘치고 바다 한가운데를 자유로이 헤엄쳐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손 한마디도 안 되는 멸치를 만난 게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넌 어떤 멸치삶을 살았니?' '내가 보지 못한 세계를 넌 보았겠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단순하고 재미없는 일처리(똥처리)를 하지 않으면

멸치가 주는 음식값이 씁쓸해지고 만다.

멸치작업을 하면 귀찮긴 해도 음식맛은 더 깔끔해지고 멸치의 사명도 더 커진다.

귀찮은 작업에 유쾌한 농담 한스푼이면 금세 멸치작업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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