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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ug 11. 2024

6.형광맛 카레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그다지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한식 대표메뉴, 예를 들면 비빔국수(내가 좋아함),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불 같은

비슷한 음식들은 곧잘 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고급요리도 (이를테면 소꼬리찜.. 같은) 어렵지 않게 만들고 싶다.

또, 뚝딱뚝딱할 수 있는 요리를 알려주는 유튜버나 블로거가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은 마음이다.


저번날은 카레를 만들었다.

첫 도전도 아니고 카레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집에 카레가 있고,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이니

그날 요리할 메뉴가 된 것이다.


요리를 해서 제일 짜릿한 것은

바로 까탈스러운 엄마의 합격소식을 듣는 것이다.

'오 괜찮네' 정도만 들어도 그 요리는 합격이다.


카레는 그다지 어려운 종목? 도 아니고

야채만 들어가면 맛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형광맛 카레가 나온 발단은 이렇다.


엄마가 카레를 만드는 나를 보더니

'강황가루를 넣으면 몸에도 좋고 색도 좋아~'하시는 것이다.


엄마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그랬는지

합격 목걸이를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잘 되어가는 카레에 강황가루를 한 국자 이상을 퍼 넣었다.

많이 넣으면 좋은 줄만 알았다. 카레가루와 강황가루를 넣어 간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카레 색깔은 먹음직스러웠다.

강황가루 덕인지 노랗다 못해 빛이 날 정도였다.

형광물질이 들어간 것 마냥 금색깔같이 빛났다.


한 입 떠먹었는데,

어라라. 내가 생각한 카레맛이 아니라

씁쓸하고 탁한 맛이 나는 것이다.


내가 한 요리는 맛이 어떻든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맛을 잘못 알았겠지 생각하며

밥 한 공기에 카레를 덮었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비벼, 다시 한 입을 하는데

도무지 그 이상하고 씁쓸한 맛이 가시지 않고

역하기까지..


엄마에게도 건네주었더니

'우엑!'

'이게 무슨 맛이야?'

'강황가루 얼마나 넣었어?'

라고 묻는 것이다.


한국자 이상 넣었다고 했더니

뭐라고?! 하시더니 강황가루는 티스푼으로 넣는 거라고 하셨다.


어쩐지, 카레에서 형광물질이 들어간 것 마냥 

형광색에 맛도 괜히 형광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은 형광맛 카레


김치의 힘을 빌려

내가 밥 위에 얹은 카레까지는 꾸역꾸역 먹었는데

더 이상 먹는 것은 무리.


그대로 쓰레기통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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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씩 쌓아 올린 요리실력은

그대로 수직 낙하..

엄마는 이제 요리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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