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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pr 06. 2024

호주의 신기한 외식문화. 어른들만 갈비를 뜯는다?

아이들은 맨밥을 먹구요.

시드니에 있는 한인 레스토랑에서 일할 당시였다. 한국 음식을 고급화하여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현지인들로 바글거리던 곳이었다. 한국에서조차 먹기 힘든 팔보채나 새우장 같은 특이한 메뉴가 한 가지씩 있었고 또, 갈비라던지 만두처럼 호불호 없는 메뉴들이 있었다. 한국인은 거의 보기 힘들었고 서양인이 대부분인 곳이었다. 


사람들은 와인과 한국음식을 잘 곁들여먹었으며 평일이든 주말이든 저녁은 늘 붐볐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기준 외국인들이 한국음식 먹는 게 그리 신기한 광경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가지각색으로 먹는 방법이 다양했다. 아무래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제공하기보단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하다 보니 한국음식이 외국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이대는 보통 20대부터 다양했으며 혼자 오는 사람부터 2인, 4인, 6인까지 다양한 인원수가 예약되어 있었다. 가족단위로 외식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건 정말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번은 7-8세 정도의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왔다. 갈비를 시켰고 만두 그리고 밥등 한국에서라면 아이들도 같이 잘 즐길 수 있는 메뉴들로 선정되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이 나와 서빙을 했다. 아이들도 잘 먹는지 지켜보려는 찰나 어라라 아이들에게 음식은 주지 않고 맨밥만 먹이는 것이다. 에? 이 맛있는 걸 왜 어른들만 먹는 거지? 하는 생각이 가득 찼다. 이내 어떤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며 궁금증을 자체 해소하고 넘어갔는데 이후 온 가족들도 아이들에겐 맨밥만 먹인다던지 장을 얻어 장을 조금 부어주는 게 아니겠나.


어른들은 맛있는 갈비를 뜯고 맛있는 문어숙회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원재료 그대로의 쌀만 먹이는 게 실화인가? 싶었다. 이게 처음이 아니라면 어떤 문화 같은 게 있을지 몰라 호주에서 나고 자란 매니저오빠와 동료에게 '아니, 왜 이 맛있는걸 어른들만 먹는 거야? 왜 애들은 쌀만 먹이는 거지?'라고 물었다. 


명쾌한 답은 얻을 수 없었지만 호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자주 봤다고 했다. 쌀만 먹이는 경우도 있고, 파스타 면! 만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근데 이 모든 건 서양인한에서다. 동양인은 다 같이 먹는 경우가 100%였다. 물론 내가 일한 레스토랑한에서..!


우스갯소리로 이건 아동학대와 다름없다며 웃어넘겼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 건 확실하다. 호주에 있다 보면 다양한 알레르기를 가진 서양인들을 자주 봤었다. 땅콩부터 복숭아, 밀 그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글루텐 프리 음식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그때 알게 된 건 장이 들어간 모든 음식(간장, 고추장, 된장)은 글루텐 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우리나라가 글루텐에,알레르기에 강한 건가? 싶기도 했다 ㅋㅋ


쨌든 가장 높은 확률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맛도리 한국음식을 먹이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라도 있을 알레르기 때문에 생소한 한국음식을 먹일 수는 없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먹이지 않아서 알레르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ㅋㅋ 그냥 다 먹여보는 게 어떠련지? 우리나라 90년대생이라 하면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매일 학교에서 나오는 우유는 꼭 먹어야 했지 않은가. 참 강하게도 컸다. 장하다.


문화는 참 재미있다. 이해가 되어도 되지 않아도 나와 다른 것이 신기하고 흥미롭기만 하다. 하지만 웬만한 짧은 여행으로는 이런 소소한 차이는 관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언제부턴가 여행보다 살이에 관심이 있어진 게 이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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