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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pr 13. 2024

호주의 인간 우선 교통 문화, 저 먼저 건너라고요?

호주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문화 중 하나는 바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문화(?)였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원칙 같은 것이 호주에서는 정말 잘 지켜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호주에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늦게 오던 빨리 오던 상관없이 무조건 사람이 먼저다. 그래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을 안 해도 될 정도로(물론 확인은 해야 안전하지만)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모든 주행차량이 멈추어 사람이 먼저 건너도록 배려한다.



사람이 건너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법이라도 있는 건지 혹은 호주의 교통 벌금이 센 탓일지는 모르겠지만(신호위반 횟수에 따라 가중처벌, 가중벌금을 낸다. 친구는 실제 미약한? 신호위반으로 3번째에 1000불 가까이 냈다) 나로서는 꽤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응당 차가 먼저이지 않은가? 차가 먼저 지나가야 사람이 지나갈 수 있지 않은가!


한국에 오래 산 나는 한국에서 늘 그래왔듯 차를 먼저 보내려 차가 먼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러나 웬걸, 나보다 먼저 횡단보도를 지나갈 수 있는 차량도 사람이 먼저 건너길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차를 먼저 보내지 않으려 노력 또한 해야 했다. 몸에 베어버린 차를 먼저 보내는 습관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몇 번이나 주행자는 손짓을 하며 먼저 건너라는 표시를 했다. 조금 지나서야 이제 나도 먼저 차를 보내지 않고 건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조금 짜릿하기도..하지만 귀국 후에 적응한 습관을 다시 돌려놔야 했다. 한국은 서행문화는 개뿔, 차가 먼저인 나라니까!


귀국 후에 횡단보도 없는 신호등에서 사람을 먼저 기다려준 차는 정말 손에 꼽았다. 차가 많을 때는 건너지 못해 한동안 서있어야 한 적도 많았으니까! 원칙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서행문화가 맞지만 그걸 지켜내는 운전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호주처럼 벌금이 높던지 엄격한 교통문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하기야, 음주운전자도 형벌이 이렇게나 낮은데 겨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먼저 갔다고 벌금을 내릴 나라가 아니다.


나는 다시 살기 위해? 이전 버릇을 되돌려놨다. 차가 먼저 건너고 내가 건널 수 있도록! 내가 운전자가 된다면 나는 먼저 사람을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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