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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pr 27. 2024

호주의 스윗한 바디, 랭귀지에 놀라지 마세요.

안 되는 영어를 붙잡고 다닌 시절이었다. 간신히 한 단어씩 알아듣고 간신히 살아남았던 시절말이다. 그럼에도 짧은 단어들은 기가 막히게 잘 들렸는데, 이런 것들을 느끼면서 '아는 단어는 정말 잘 들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기도 했었다. 그 능력이 비단 짧은 단어들, 우리나라에서 쓰던 외래어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어떤 긴 단어도 알아듣는 날이 오기를 그토록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몇 번이고 흠칫 놀란 경험이 있다. 바로 달링, 허니 같은 단어를 아주 자주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들었던 시절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카페에서 커피를 살 때도 달링~, 병원을 가도 허니~란 말을 자주 들었다. 비교적 나보다 나이가 있어서 귀여워하는 말투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나를 왜 허니라고 부르지?'라며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사실 부끄럽지만 혼자 눈이 휘둥그레 해지기도 했었다. 나를 혹시 꼬시려고 하나(아마 남자에게 들었나 보다), 나에게 딴마음이 있나 하고 으레 도끼병이란 게 걸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내 자주 쓰는 말인 걸 깨달은 건 그저 스윗한 호의적인 표현인걸 느낀 순간이었다.


호주를 자주 돌아다닐수록 허니나 달링이란 애칭?을 자주, 잘 듣게 되었다. 집주인 00한테도,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여도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나도 몰래 몇년이고 알게 된 사이가 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땐 달콤한 애칭에 중독되었는지(막상 그 단어를 내뱉는 사람에겐 어떠한 의미부여도 없을 텐데) 안 들으면 조금 서운하기도 한 느낌이었으니까!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으려나 하고 일하던 카페에서 따라 해보려다, 윽! 나는 아직은 안 되겠어! 하고 포기한 적도 있었다 ㅋㅋ 왠지 그런 스윗한 애칭을 쓰면 나도 호주에 완벽 적응한 느낌이었다. 하이 달링~ 하우 캔 아이 헬 퓨? 으아.. 나는 그저 듣는 쪽에 서는 게 알맞겠다. 조금 지나니 달링, 허니는 호의에서 쓰는 표현이라면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선 베이비를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윙크족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윙크는 정말 제비? 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누군가를 꼬실 때나 혹은 거짓말을 감싸달라 요청할 때? 나 쓰는 바디랭귀지 아닌가! 달링, 허니는 그럭저럭 빠르게 적응했는데 글쎄, 윙크는 쉽사리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호주에서 사실 호주인에게 윙크를 받은 기억은 없지만 특히나 터키인들은 자주 윙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역사덕인지는 모르겠으나 터키인과 일로 친구로 인연을 맺은 적이 많았다. 멜버른에서도 시드니에서도.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나에게 윙크를 날리곤 했다. 아마 달링, 허니와 마찬가지로 좀 더 친근한 표현이라 생각하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잠재의식 속 박혀있는 윙크=플러팅이란 공식을 지우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남, 녀, 노, 소 모두가 윙크를 잘 날리는 걸 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데 왜인지 나는 윙크를 볼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었다 ㅋㅋ



지금은 그냥 그려려니. 난 어떤 바디, 랭귀지로 답할 것이겠지만 이제 와서 그 시절을 돌아보면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 싶기도 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은 아직도 무수하리라. 어떤 점에 놀라고 어떤 점이 신기할지 여전히 난 경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래서 어딜가든 이리저리 관찰을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만 있는 육신이 아쉽기만 하다. 더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해보면 좋으련만..! 신세한탄 소리가 늘어나기 전에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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