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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Mar 23. 2024

호주의 엄격한 술문화, 밖에서 술이 보이면 안된다고요?

알콜러버들 조심!

술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호주에 가기 전부터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먹는 것에 엄청난 기대를 했었다.

멜버른에 도착해서 제일 기대한 것은 내가 한 요리에 와인을 먹는 게 목표였고 입국 다음날이 되자마자 마트로 향했다. 시장물가는 싸다는 호주가 너무 기대됐다. 요리하는 것도 꽤 좋아하는 나로서는 천국 같았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서양식 레시피가 다양하지 않았던 나는 일단 스테이크용 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또 어울릴만한 아스파라거스와 마늘을 구매했다. 그리고 술을 사려고 둘러보는데 몇 바퀴를 돌아도 술 코너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할 일이었다. 응당 마트라면 술이 꽃인데 왜 없는 것일까?


술이 없는 나라일리는 없고 당장 휴대폰을 꺼내 검색했다. 어라라. 술을 파는 곳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마트 안이 아니라 보통 마트 근처에 리퀴드 샵이나 보틀 샵으로 따로 운영이 된다니 한국인으로서 신기할 노릇이었다. 먼저 장본 물건들을 계산하고 나서니 입구 쪽에 보틀샵이 있었다. 혹시나 안 팔면 고기에 술 먹는 게 무산이 될까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보틀샵에는 다양한 와인과 맥주가 즐비해있었다. 와인 한 병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최대한 저렴하고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라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갔더니 ID카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민증을 요구하는 것처럼 당연지사라 생각해 여권을 내밀었다. 


그렇게 와인 한 병과 고기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얼른 고기를 구워내 한 접시 차림을 하고 와인을 땄다. 아름다운 일몰과 와인이라니 비록 닭장셰어에 주머니는 얇은 워홀러였지만 그 자체로 낭만이 되었다. 낭만이 술을 먹여준 탓일까 한 병을 다 비워냈더니 또 한 병이 당기는 것이다. 호주에도 왔고 저렴하고 한병 더 못 마실 일이 없지 않나 싶어 발그레한 얼굴로 다시 보틀샵으로 향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참 부지런하다. 지금이라면 두병을 먹을 일도 없겠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와인을 하나 골라 계산대로 향하니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발그레한 얼굴이 탓이었는지 한참을 보더니 겨우 와인을 내주었다. 왜 그런 건지 자문?을 구해보니 호주는 취한 사람에게 술을 주면 안 되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헉!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아무리 꽐라가 되어도 술은 계속 리필이 되지 않나. 물론 인사불성이 된 사람에겐 예외지만 그 기준이 엄청나게 관대하다. 하지만 호주는 다르다. 술집에서도 일행 중 한 명이 엎드려 있거나 취한 사람이 있을 경우 술을 더 팔면 벌금형에 쳐한다. 또, 술을 팔려면 팔 수 있는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 자격증은 돈을 내고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일전에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나는 자격증이 없어 술 주문도 술 서빙도 나가지 못했었다. 뜨억...!

그뿐만이 아니다. 야외에서 술을 먹는 건 차치하고 맥주캔이나 와인병이 그대로 노출되면 안 된다. 항상 종이백이든 뭐든 감싸야하고 이 마저도 마시려면 비밀리에 컵에 따라 마셔야 한다. 이 마저도 걸리면 안 되겠지만. 길거리에서는 사실 술에 취한 사람보다 약에 취한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 ㅋㅋ 혹시나 술에 취해 길거리에 잠이라도 자면 호주는 보험도 적용 안 되는 앰뷸런스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진다.(앰뷸런스 출동 약 80만 원..)


알코올러버들은 필히 한국 술버릇은 잠시 버려두고 호주에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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