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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Mar 11. 2024

호주의 편견 없는 선생님 풍모, 선생님 코뚜레라뇨?

평가받지 않을 자유

호주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불안한 마음에 어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응당 학원이나 학교를 생각하면 한국인으로서는 그다지 즐겁기만 한 곳은 아닐 것이다. 성인이 된 지 한참이 지나 들어간 어학원이지만 첫인상은 딱딱하기만 했다. 레벨 테스트를 잘 봐야 할 것만 같고 어딘가 허리가 곧게 펴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어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대단한 학위를 받는 것도 어디에 좋은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적이고 딱딱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온전히 접혔다. 딱딱하고 정직할 것만 같았던 선생님 모습이 마치 친한 언니 오빠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어학원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학원 생활 중 가장 오랜 시간 내 학습을 맡아 준 선생님 사라는 옷차림을 항상 차려입었지만 올 나간 스타킹을 기워 신는 데 개의치 않았다. 그날만 어쩔 수 없이 신는 것이 아닌, 스타킹을 신을 때면 마치 패션처럼 느껴질 정도로 꼭 그 올 나간 스타킹을 즐겨 신었다.


한국에서 올 나간 스타킹을 신는 것은 가끔 학생이 아니고서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환경을 위해서라면 기워 신는 게 맞긴 하지만 올 나간 스타킹을 선생님 신분이 신고 다닌다는 것은 한국에선 딱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호주가 남의 시선에 자유로운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런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 이런 시선을 가진 것도 내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코뚜레와 타투가 있는 안영미 언니

한국처럼 그 해 유행하는 스타일을 전부 따라 하는 것이 아닌 호주는 개개인이 가진 개성이 있는 곳이었다. 

한 번은 다른 반 수업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 담당 선생님 사라가 아닌 옆반 선생님과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라뿐만 아니라 그 반 선생님의 개성도 강했다. 바로 코뚜레를 하고 있던 것이다.


코 피어싱도 놀라운데, 코뚜레 피어싱이라니? 코뚜레 피어싱이라 칭하는 것은 두 개의 콧구멍을 잇는 곳에 피어싱을 하는 형태이다. 좋게 말하면 유교걸, 나쁘게 말하면 개성 없고 편견에 가득 찬 한국인으로서 그 모습은 가히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온몸에 타투를 한 선생님도 있었다. 나도 몸에 타투가 있지만 한국에서 타투에 대한 시선은 아직까지도 차갑지 않은가!


하지만 호주에서는 간호사, 선생님등 보수적인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가진 자들이 많았다. 나처럼 한두 개가 아니다. 팔 하나를 감싸기도 하는 타투말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나라에서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나를 나타내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나를 평가할 수 없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이제 코뚜레나 타투, 그 외 개성 넘치는 옷가지들에 놀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유롭게 자신을 나타내는 게 아름답게 느껴지기만 한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더 이상 옷을 사거나 귀나 코를 뚫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더 화려하게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단순해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화려하지도 개성이 넘치지도 않지만 이 모습을 보고 함부로 '쟤는 차분할거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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