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응당 싹싹 씻어버려야..
생각보다 그 나라에 가서 현지인과 친해질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호주에 간다고 호주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오산이다. 나 역시 그랬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같이 지내기도 하고 친해질 기회는 많았지만 호주친구는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유럽친구들이나 아시아 친구들을 사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경험이라 생각했지 호주인을 꼭 사귀어야 된다는 마음은 없었다. 호주 농장으로 가면서 첫 집은 유럽, 아시아 사람들이 모여있는 셰어하우스에서 살았다. 그들과 살면서 주식이 다른 것 말고는 소소하게 문화가 다른 것 말고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그 지역에 사는 호주인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그때도 그랬다.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지내지 않다 보니 주식이 다른 것 말고는 딱히 다른 점을 몰랐었다. 그래도 호주인과 소통은 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재미였다. 아무래도 같은 집에서 화장실을 제외하곤 같이 생활하다 보니 우연히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물에 그릇을 조금 불려놨다가 거품칠을 하고 물로 씻어낸 뒤 말리는 게 기본이라면,
그 광경을 보고 사실 아무 말도 하진 못 했다. 왜 안 씻어내? 라던지.. 다만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을 쳐다본 기억이 있다.
그대로 그릇 말리는 곳에 거품이 가득한 채 말리고는 어느 정도 마르면 수건으로 닦아내는 게 호주의 설거지 방식이었다.
나는 그대로 당시 룸메이트였던 친구에게 달려가 이 소식을 전했다.
'아니, 존은 설거지할 때 거품을 안 씻어내더라?? 그게 호주 설거지 방식인가??'라고 했더니, 친구는 자주 봤다며 '세재 자체가 우리나라와 성분이 다르기도 하지만, 수질이 좋지 않아서 석회수인 곳이 많은 유럽 같은 나라에서는 물보다 세재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있대'라고 했다.
그 답을 듣고 든 생각은 호주인들은 탭워터를 그대로 마시는데 석회수라면 불가능할 텐데, 깨끗했던 거 아닌가? 그리고 세재에 거부감이 들지 않다는 게 신기하다.. 어차피 나중에 타월로 닦아내는 게 수단이 다를 뿐 같은 건가 싶기도 했다.
그 이후로 그 방법을 따라 하진 않았지만, 한동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보던 유튜버도 이곳저곳에서 이민을 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었는데 호주에서 거품을 안 씻어내고 그래도 말리는 게 참 신기하다고 했다. 응당 한국인이라면 거품이 보이지 않아도 몇 번이나 헹구는 게 보통일 텐데 말이다.
아, 그리고 수도세가 한국이 저렴한 편인 것도 한 몫한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처럼 두 번 세 번 헹궈내다 보면 엄청난 수도세로 폭탄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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