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겐류(示現流)라는 일본의 검술이 있다. 도쿠가와 막부를 지키겠다는 막부파와 메이지유신을 이끌어낸 천황파가 싸우던 에도 막부 말기, 지금의 가고시마인 사쓰마(薩摩)를 대표하는 검술로 실전 최강으로 불렸던 검술 유파다. 지겐류는 말 그대로 일격필살. 한 방을 내리쳐서 상대가 맞으면 상대가 죽고 상대를 못 맞추면 내가 죽는다. 그래서 막부파 최강 검객 집단인 신선조(신센구미)도 지겐류를 만나면 일단 일격은 피하고 보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막아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겐류는 모양을 중요시하는 다른 일본의 검술들에 비해 폼은 별로다. 쉽게 얘기하면 모냥 빠지다고 할 수 있다. 기합 소리도 괴성에 가깝다. 원숭이가 지르는 소리같다고 한다. 기술도 무조건 한 방 내려치는 연습만 한다. 그것도 목검도 아닌 그냥 나무를 깎아서 만든 나무막대기로 수련한다. 그런데 그 한 방을 죽어라 연습하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그거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 단순하기 때문에 집단 전투에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대일 승부라면 지겐류가 최강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구리 패싸움에서는 폼이고 자시고가 없으니까, 일단 빠르고 강하게 내려치는 놈이 이긴다. 영화에서처럼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가고시마의 무형문화재나 다름없는 이 지겐류의 도장은 지금도 가고시마에 있다. 나는 1년 전에 지겐류 도장을 찾아갔었다. 2시간 남짓 체험 수련도 해봤다는 것은 자랑이다. 지겐류에 대해서는 좀 자세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원고료를 준다는 사람이 없어서 1년이 그냥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때 가고시마에서 돌아오면서 술을 한 병 샀었는데, 같이 마시면서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묵혀두다가 오늘 마시기로 했다. 그때 몇 병을 더 샀었는데 남은 술은 이 술, 사쓰마유신(薩摩維新)만 남았다. 이름이 좋아서 아껴두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고시마, 사쓰마에 관심이 아주 많다. 사쓰마는 우리나라와는 악연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게의치 않기 때문이다.
- 사쓰마의 영주인 시마즈(島津) 가문인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제독이 죽은 노량해전의 왜군 대장이 시마즈 요시히로 였다.
- 시마즈 요시히로는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조선의 도공을 포로로 데려갔는데, 그 조선 도공의 후예들이 만든 사쓰마의 도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그때 잡혀간 도공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박평의가 있는데, 박평의의 후손인 도고 시게노리는 도죠 히데키 내각에서 외무상을 맡았는데, 일본이 패전한 후 전범으로 죽었다.
- 메이지 유신 3걸 중 하나이며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으로 유명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가고시마 출신이다.
-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 최고의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도 가고시마 출신이다. 러일전쟁 승리 후, 자신을 영국의 넬슨, 조선의 이순신에 비교하는 말에 대해, 도고 헤이하치로는 자신을 넬슨에 비교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순신에 비하면 하사관에 불과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고 설득력도 있지만, 나는 그럴 듯 하다고도 생각한다.
- 내가 가고시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고시마의 소주 때문이기도 하다. 고구마로 만드는 가고시마 소주는 보통 사케라고 부르는 일본주와는 다른 풍미가 있다.
- 가고시마, 사쓰마에 대해서는 다음에 보다 자세히 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