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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코앞 자격증 취득후기(2)

- 문화해설사를 향한 한걸음을 떼다

by 쭘볼 니나

국내여행안내사라는 자격증을 택한 것은 퇴직 후 하고 싶었던 문화해설사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거니와 국사와 관광자원이라는 과목이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2021년 시험은 할 수 없이 자동 패스되고, 2022년 초반은 허송세월 보내다가 시험접수 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힘들었던 관광법은 막판에는 거의 포기 수준이었다. 11월 첫째주 토요일이 시험일이었는데, 10월 이후에는 관광법은 거의 이제 그만~~하고, 나머지 세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학개론

관광학개론도 관광법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남은 시간에 개론을 꼼꼼히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듯 하여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오답을 체크하는 수준으로만 보았다.

이제 국사와 관광자원해설.....우왕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한국사능력 1급을 이미 취득한 적이 있기 때문에 국사는 만만한 과목이었고,

새로운 과목이었던 관광자원해설은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는 나로써는 관심분야의 지식을 넓혀서 새 분야를

공부해 본건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여행지에서 봤던 문화유적지에 대해서 더 깊을 이야기를 알게 되는 기분은 '좋았다'라는 표현으로는 뭔가 부족한 새로운 채워짐이었다.

아이들이 연예인에 대해서 새로운 소식을 접할 때의 느낌이랄까.. 나만 알고 있는, 남들은 모르고 있는 새로운 비밀들을 알게 되는 느낌.


11월 5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는 곳이 필기시험 장소였다.

아마도 응시자가 많지 않은 시험이라 한 곳에서만 치러지는 듯 했다.

이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게된 호텔관리사, 호텔경영자 등의 응시자들과 층을 나누어서 필기시험을 봤다.


아이의 필통에서 컴퓨터용 싸인펜을 꺼내왔다.

시험삼아 한번 찍- 그어보고 왔는데 그런대로 잘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왠걸...ㅠ.ㅠ

시험이 시작되고 답안지에 이름 먼저 쓰려니 너무 흐리게 써졌다.

감독관도 이 정도의 흐림은 걱정되니 다른 것으로 쓰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것이 없었다. 감독관에게 잠깐 빌려주시면 안되냐고 했다. 알았다고 대답해 놓고 시험 종료 10분전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이들의 학교 시험기간 내내 시험에 필요한 필기구는 다 챙겼느냐고 매일 아침마다 잔소리하는 엄마였다.

10년 만에 보는 시험에 제대로 준비물도 못 챙긴 듯 해서 스스로 부끄럽고 우울했다.

어쨌든 감독관에게 종료 5분전에 얘기하니 싸인펜을 빌려주었다.

칠한 곳에 덧칠하니 답안지 종이가 헤지는 느낌이었다.

컴퓨터에 잘 인식이 될까....쓸데없는 걱정이 되었다.


우울한 기분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합격 불합격 여부보다 싸인펜이 날 자괴감에 빠뜨렸다.


집에 와서 홈페이지 가답안을 보고 채점을 했다.

몇 달을 공부한 관광법이 딱 반타작이었고, 일주일 공부한 국사와 관광자원이 최고 점수였다.

어쨌든 별 일 없으면 합격권이었지만 답안지에 이중마킹 한 것이 걸려 발표일까지 내내 걱정이 되었다.

결과는 필기 합격이었고, 곧 구술 면접이 다가왔다.


인터넷에 있는 기출문제를 섭렵하며, 합격후기들을 읽었다.

나름 요즘 관광 트렌드 용어들을 외우고, 세계문화유산들도 암기과목 외우듯 달달 외웠다.

어떤 문화재를 설명하는 시연도 출제된 적이 있다기에, 경복궁과 동구릉을 지정 문화재로 자체 등록하고 설명하는 연습도 해보았다.


눈이 펑펑오는 어느 날 용산구에 한 고등학교에서 구술 시험을 보았다.

예상 외로 응시자들이 꽤 많았다. 옆 교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안내하시는 분이 긴장하지 말라면서 격려 섞인 조언을 해주셨지만 뜻대로 될리 없다.


문제는 제주올레길에 대한 것과 지방 축제 5개 소개였다.

올레길은 예상문제였지만, 지방 축제 5개 중 3개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면접위원 두 분이 지방 축제 3개를 다 들은 후 나머지 2개가 생각나길 기다려 주셨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2개를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내가 사는 곳의 축제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2022년 마지막 출근일에 최종 합격을 확인했다.

70점이 겨우 넘는 턱걸이 합격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난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10년 후, 어쩌면 경복궁에서, 문화해설사가 된 저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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