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려운 인맥관리
싫어하는 사람과 어떻게 일해요?
종종 후배들이 조언을 얻고자 내게 질문한다.
그 후배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생각보다 그 사람 빨리 나간다?
경험에 기반한 조언이지만 그럼에도 언제 나갈지 모르는 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척을 지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야 내가 편하다.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내가 원치 않는 혹은 나랑 정말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하나의 유기체로 맞춰서 일을 해 나가야 하는 순간들이 온다.
나는 인맥관리를 참 못하는 사람이었다
주니어 시절, 사회 초년생임에도 난 참 어려운 사람이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경제 공동체인 회사에서 내 일만 똑 부러지게 잘하면 되지, 회사 사람들과 팀 사람들과 맞지 않는데 굳이 날 끼워 맞춰가며 잘 지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남들보다 일처리가 조금 빠르다는 평가에 갇혀 오만했던 시절이었다.
한편으로는 첫 회사에서 마음을 다해 잘해줬던 사수에게 퇴사할 때 내가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했다는 서운한 생각에 더 이상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궜던 것일 수도 있다. 퇴사하면 끝이지, 더 이상 연결고리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회사는 동아리는 아니어도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
기계가 아닌 사람과 일하는 곳이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으면 일도 더 수월하다. 난 이 깨달음을 바로 직전 직장에서 배웠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 중 한 곳이었던 내 직전 직장에서 나는 호텔을 대표하는 홍보 담당자였다. 전 직원 600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보니 호텔을 대표하는 홍보 담당자로서 어떤 프로젝트, 심지어 작은 촬영 하나를 진행하려 해도 다른 누군가의 협조 없이는 불가했다.
그때 느꼈다, 똑같은 촬영도 똑같은 힘든 일도 부탁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면 더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반대로 그 사람에게 비호감이면 혹은 그 사람의 입지가 낮으면 같은 일도 순조로운 진행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함께 일하는 팀의 사수는 나와 정말 상극이었다. 후배가 상극이면 함께 하는 일을 줄일 수라도 있지, 내 퍼포먼스 평가의 줄을 쥐고 있는 사수와 상극이면 그야말로 헬 게이트 오픈이다. 일요일 밤마다 다음 날 출근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버텨야 했다.
어떻게 좀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오죽하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을까? 난 선천적으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못 하는 성격인데, 그래서 없는 말을 지어서 아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팩트에 근거해 하루에 3번의 칭찬을 하겠다고 맘먹었다. "00님 오늘 향이 좋네요, 00님 무슨 색이 잘 어울리시네요." 그렇게 칭찬하다 보니 싫어하던 사람도 칭찬을 하기 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장점 필터를 끼고 보게 되었고, 사실에 근거한 칭찬을 하다 보니 그 사람과의 관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 소소한 선물로 내 편으로 만든다. 점심 한 끼, 커피, 디저트, 여행 갔다 올 때면 소소한 현지 선물 챙기기, 생일, 기념일 챙기기. 모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맥관리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아까지 말자.
단, 너무 과한 선물은 하는 나도 받는 당사자도 오히려 역효과이니 소소하게 선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싫은 사람에게도 늘 배울 점이 있다. 모든 사람은 장점이 있게 마련인데 정 찾을 수 없다면 내가 저 사람이라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와 같이 내가 겪지 않아도 될 실패 케이스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 준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실패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와 부딪힐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참고, 나중에 이 말을 후회할 것 같은 지 나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다.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어도 아니 그럴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내 앞길을 막는 적은 만들지 말자.
사실 직장에서의 인연은 퇴사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길게 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 우리나라 같은 좁은 커뮤니티에서는 몇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싫은 사람도 많지만 간혹 존경하는 사람,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도 만난다. 그런 사람에게는 나의 애정과 감사를 아끼지 말기.
인맥관리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나중에 이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좋은 사람에게는 더 잘하고, 싫은 사람에게는 덜 티를 내며 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