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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09. 2022

워커홀릭이 찾은 번아웃 피하는 법

다 타버리기 전에 나만의 불꽃 지키기

번아웃(Burn Out)이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번아웃의 사전적인 의미는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우고 남은 것(기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아니 열심히 일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번아웃 증상을 겪어봤을 수 있다.




내가 겪은 번아웃

코로나19를 지나며 일이 내 삶의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일이 즐겁고 일을 할 때 살아 있는 것 같은 활기와 보람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어느 순간 삶의 모든 순간과 계절을 그때 어떤 일(업무)이 있었더라로 기억하며, 일은 이미 내 삶을 잠식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며, 모든 일이 멈추고, 나의 일상도 멈추었다. 그렇게 일터에서의 자아가 아닌 회사, 직급을 모두 떼고 남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오롯이 마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행이 재개되며, 많은 사람이 떠난 자리에 일 폭탄이 떨어졌다.


열심히 일한 자여, 번아웃을 마주하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착각 속에 매일을 아슬하게 달리며 어느 순간 나는 선을 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전구의 퓨즈가 나가듯 내 안의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 일도 하기 싫고, 노트북만 봐도 꼴 보기 싫었다.

 

혹시 나도 번아웃인가 고민되는 분들이라면

아래 간단한 테스트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번아웃 자가진단 테스트

※ 정도에 따라, 전혀 아니다 1점 ~ 매우 그렇다 5점으로 각 항목 점수를 매기고 65점 이상이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1번. 쉽게 피로를 느낀다.

2번.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3번. 아파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4번. 일이 재미없다.

5번.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6번. 이유 없이 슬프다.

7번.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8번. 짜증이 늘었다.

9번. 화를 참을 수 없다.

10번.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11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12번.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13번. 만성 피로, 두통, 소화 불량이 늘었다.

14번. 자주 한계를 느낀다.

15번. 대체로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16번. 유머 감각이 사라졌다.

17번.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출처: 노컷뉴스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너무나도 슬픈 현실은 열정 가득히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번아웃이 온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나는 번아웃의 증상이 어떤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찾아볼 기력도 없었고, 이게 그냥 말로만 듣던 번아웃이구나 생각하며 막막했다. 동시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좀 더 정확한 워딩은 내 뇌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뇌를 쉬게 하기 위한 단순 노동으로 뜨개질을 선택했다.


다행히 내가 번아웃이 온 시기는 연말이었고, 휴가를 쓰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나에겐 그나마 나를 추스를 수 있는 소중한 며칠이었다.


하지만 단순노동은 번아웃의 증상을 잠시 잠재우는 임시방편이었다.

뜨개질로 우리 고양이만 신났다




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다시는 번아웃을 겪지 않기 위해 번아웃을 피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 일이 나를 장악하게 두지 않게 틈을 지키기

즐겁게 일하는 것은 좋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 일상의 전부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거리두기가 더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팁인 것 같다.


여기서 거리두기란 일의 양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퇴근 후에 일과 분리되는 것이다. 스위치를 끄듯 퇴근이 되면 일에 대한 생각도 꺼두기.


둘, 나 자신과 더 친해지기

직장은 내 일상의 변수 중 하나이다. 직장, 직급을 뗀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에서의 스트레스와 같은 많은 변수들이 직장인으로서의 내 자아를 넘어 내 본연의 자아까지 잠식하지 않도록 나를 지킨다.


나 자신과 더 친해지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또는 어떨 때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등등. 그래야 밸런스에 맞춰 나를 조절할 수 있다.


모닝페이지

가장 효과를 봤던 방법 중 하나는 모닝페이지다. 아침에 눈을 뜬 뒤 45분가량은 우리의 뇌는 방어기제를 구축하고 있다. 다른 말로는 잠에서 깨 45분가량이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방어기제가 형성되기 전이라 나의 무의식에 있던 불안, 공포, 생각 등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곱도 떼지 않고 드는 생각들을 A5노트에 세 장(세 단면)에 적어 내려가다 보면 요새 내가 생각하는 것들, 주로 불만이나 불안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생각의 시작과 마주할 수 있다. 대부분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는 안심 혹은 해결방안(이렇게 생각해야지) 혹은 대안을 찾을 수 있어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내 무의식을 만날 수 있어 평소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날것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셋, 하고 싶은 일의 비중 늘려가기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비중보다 하기 싫은 일의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 방향으로 넓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하기 싫은 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할 때도 마냥 힘들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늘려가면 권태로움의 늪에 빠지지 않고 새롭게 늘 동기부여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다.


넷, 관계로 혹은 탈 관계로 위로받기

일을 하다 보면 막상 일보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 번아웃도 어쩌면 일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올 수 있다. 그럴 땐 사람과의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사람이 아닌 것(동물, 식물)에 둘러싸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의 단절이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과 위로를 준다.


혹은 반대로 관계로부터 위로받으며 번아웃을 극복하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자극 혹은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으며 일에 내가 너무 매몰되지 않게 느슨한 유대감으로 서로를 지킨다.


특히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와 얘기할 때(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일 재미있다. 굳이 이 사람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 사람, 업계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사회 속에서 대부분 사람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오는 텐션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만의 비밀 만들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 나의 리소스를 나에게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 특히, 번아웃이 휩쓸고 간 자리엔 내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나를 소모하는가와 같은 의문과 회의감이 몰려오기 때문에 조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떠나 머리를 식히며, 오롯이 재미를 쫓아 전적으로 나의 의지로 시작하는 소소한 프로젝트 시작을 추천한다.


여기서 내가 추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찾는 방법은

나의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누군가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하고 싶은 것

언제든 힘들 땐 그만둘 수 있는 것(그만큼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

그러나 정기적으로 일정 시간을 정하고 할 수 있는 것(예를 들어 일주일에 1시간 혹은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 등)


글쓰기로 되찾은 활기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글쓰기’였다.

평상시 업무에서도 글을 많이 쓰지만 나의 기록을 위해 내가 생산하는 창작물을 위한 내 리소스와 역량을 쓰고 싶어 시작했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보면 소소한 성취감도 느꼈다.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는 기상원정대에 가입해 나만의 리추얼을 만들었다. 6시 기상 - 아침 확언 - 명상 혹은 스트레칭 - 모닝페이지 등.


또 바쁜 일상 속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생각들을 남기기 위해 팔목클럽(8주간 매주 목요일 아침 6:30 글을 쓰는 모임)에도 가입했다. 비록 처음 시작할 때의 방향과 다른 글들을 더 많이 썼지만 8주간 해냈다는 성취감, 나만의 글과 기록이 남은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는 부분에 여러모로 남는 것이 훨씬 많은 활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슨한 연대로 함께 하는 분들의 글감과 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공유받을 수 있어 자극도 되고 재미있었다.


(팔목클럽: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3기 오픈하면 신청하시길)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책임감이 있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타버리기 전에 따뜻하게, 꾸준히

너무 열심히 해서 소진된 에너지를 어떻게 다시 채울지 고민되고 막막해 이 글을 마주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다만 너무 열심히 했을 뿐이다.


번아웃은 무섭게도 그렇게 열정 있던 사람을 한 순간에 냉소적으로 만든다. 뜨거웠던 만큼 식을 땐 그 끝을 알 수 없게 식는다.


열정적인 당신이 나를 지켜가며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열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소진되어 타버리기 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따뜻함으로 꾸준히 유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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