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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Sep 22. 2022

내가 작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

회사를 선택하는 나만의 체크리스트 만들기

세상에 좋은 회사는 없다.
나와 맞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만이 있을 뿐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한 나는 지금까지 총 5개의 회사를 경험했다.

다닌 회사만 5곳이니 면접 본 곳까지 세어 본다면 셀 수 없다.


첫 회사에서 이직할 곳을 구해두지 않은 채 퇴사하며, 내 커리어는 한 때 '공백'이라는 멍에 혹은 낙인으로 얼룩져 다음 스텝을 밟기가 힘들었다. 정말 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을 봤으며, 면접의 종류도 1:1, 2:1, 다대일, 다대다, 영어 면접, 합숙면접까지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면접은 경험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승률이 낮았는지?

명확한 타겟과 목표가 없었다. 첫 회사를 나오고 공백이 점점 길어지며 조급한 마음에 내가 어떤 회사를 가고 싶고, 어떤 직무를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봐서 괜찮아 보이면(대체 이 괜찮아 보인다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름을 들어본 회사 정도의 기준이었던 것 같다) 모두 지원했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기회로 이어진 내 두 번째 회사

지난번 좋은 리더이던 나쁜 리더이던 깨달음을 남긴다고 적었는데, 회사도 동일하다. 다양한 회사의 면접과 그리고 이직을 경험할수록 내가 원하는 것,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남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겐 중요한 것에 대해 선명해진다.


회사를 포지션을 선택할 때의 나의 기준

대부분 구직할 때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회사와 포지션을 필터링한다.


네임벨류 - 이 회사를 디딤돌로 더 나은 커리어 패스를 가져갈 수 있는지

연봉(+복지) - 돈, 중요하다. 받은 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무시 못한다.

직무 -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직무인지, 내가 흥미를 느끼는 직무인지

문화 - 수평적, 수직적인지

사람 - 함께 일하는 팀, 사람이 어떤지


위 모든 요소를 만족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내가 회사를 차려도 100점짜리 회사는 없다.

좋은 회사가 아닌, 나와 맞는 회사를 찾는 게 관건이다.


이중 내가 가장 염두에 뒀던 기준은 '직무'였다.

첫 회사를 들어가기 전에도 졸업 후 공백이 있었던 나는 첫 회사 입사 후 말 그대로 '열정' 그 자체였다. 일을 할 수 있음에 좋았고, 누군가 내가 한 일을 잘한다고 해줄 때 살아있음을 느꼈다. 더 이상 잉여가 아닌 나도 사회에서 한몫을 해낸다는 뿌듯함에 도취되어 밤낮없이 일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회사 안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성격이 안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절대 저렇게 무능하게 무력하게 경력을 쌓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지금은 사실 어느 쪽이 더 회사에선 나쁜 사람인 지는 모르겠다 ㅎ)


먼 훗날 팀장의 위치에 올랐을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업무를 팀원들에게 지시하고 싶지 않았고(그렇게 알지 못하는데 아는 척하고 지시했다가 어떤 사달이 일어나는 지를 경험했기에) 그래서 내가 포지션을 볼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인지, 내 커리어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직무인지, 결국 '성장'이 가장 큰 핵심 키워드였던 것 같다.


지금도 직무를 중요하게 보지만 사실 10년 차에 접어들면 안 해본 업무를 만나는 게 쉽지 않고(한 길로 커리어를 쌓았을 때의 경우) 안 해본 업무도 전문 기술을 요하지 않는 한 일의 본질은 회사 간의 혹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해보지 않아도 그 업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단축된다.


그리고 이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회사 생활을 하며 중요하다고 느꼈던 기준은 바로 '사람'과 '문화'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직무 다음으로는 회사 네임벨류와 연봉 등의 처우를 위주로 살펴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그런데 몇 번의 회사생활을 겪으며 결국 내게 중요한 기준은 '사람'과 '문화'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누구와 보낼 것인가

우선, 내 업무의 특성상 혼자서는 일할 수 없는 업무이다. 늘 사람 사이에서 사람 간에 조율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는 걸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며 알게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사실 나와 맞는 사람과만 일하기는 쉽지 않은데, 하지만, 여기서 나와 한 팀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 사람과 나 둘 중 하나가 퇴사하기 전까진 붙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1주일만 일해보면 이 사람과 나의 결이 맞을지 대략 감이 오는데, 그전에 면접에서 알 수 있으면 베스트다.


하루 24시간 중 9시간을 우리는 회사에서 보내고, 깨어있는 시간으로 따진다면 60~70%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을 채우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면? 내 인생이 괴로워진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목표가 있으면 견딜 수는 있다. 이 회사에서 내가 가져갈 게 분명하다면. 앞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나의 1순위는 직무이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힘들어도 이 회사에서 가져갈 것이 단점을 상쇄하면 버틴다. 그렇게 버텼다. 하지만 너무너무너무 힘드니 사람이 중요한 요소인 분은 면접 때 아님 입사 후 첫 주는 유심히 둘러보자.


그리고 갈수록 중요한 회사 문화(feat. 작은 회사를 선호하는 나만의 이유)

그리고 회사생활을 이어갈수록 회사 문화도 사람만큼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느꼈다. 사람은 막말로 퇴사하면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되고, 생각보다 영원히 같이 일하며 고통받을 것 같았던 사람도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금방 또 떠나가더라.


하지만, 문화는 다른 얘기다. 나만 빼고 모든 팀원이 바뀌어도 회사문화가 바뀌기란 대표가 바뀌지 않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선호하는 나와 결이 맞는 회사 문화는 어떤지, 어떤 요소를 봐야 하는지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300명 이상의 중견기업에서도 6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도 일해봤는데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지금 나는 10명 이하의 작은 회사에 정착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결국 나는 작은 회사가 맞는다는 답이 나왔다.




내가 큰 회사보다 작은 회사를 선호하는 이유


1.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내 목소리가 반영된다고는 안 했다.)

지금 회사 입사 전 600명가량의 대기업에서 일하며 느꼈다.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내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해 나만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대표가 혹은 임원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내 생각보다 굉장히 내게 중요하게 다가왔다.


대기업에서는 아무래도 의사결정에 있어 개개인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대부분 통보받은 대로 움직인다. 그게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내가 하나의 부품처럼 느껴지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깨달았다.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회사 규모가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적어도 작은 회사에서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대기업보다는 더 중요한 역할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내 목소리가 늘 반영되는 건 아니라는 것. 명심하자.

 

2. Agility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

결국 또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 직장을 통해 얻고 싶은 부분, 자신의 삶에서 직장/직업의 의미를 다르게 정의할 것 같은데, 내게 있어 직장/직업은 성취이자 성장이다.


큰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개인이 담당하는 업무의 선이 굉장히 명확하고, 그 선을 넘으면 오지랖으로 여겨지며 서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작은 회사는 그에 반해 업무가 많지만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또한, 의사결정 단계가 짧아 대기업에 비해 외부 환경이나 트렌드에 따라 민첩하게 변화를 수용하여 항로를 수정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직원 개인의 성장이 결국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직원 하나의 몫이 대기업에 비해 굉장히 크다. 나는 두 번의 에이전시 경험과 세 번의 인하우스 경험이 있는데 에이전시에서의 1년과 인하우스에서의 1년은 커리어 디벨롭에 굉장한 차이가 있다. 그게 특히 주니어라면 더더욱.


그래서 나는 작은 회사가 나와 맞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또한, 업무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오히려 해야 하는 일만 주어지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박스를 벗어나 생각해볼 수 있고, 또 그 아이디어를 개진해 회사의 컨펌을 받는 것도 대기업에 비해 쉽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결국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개인도 함께 성장한다.


3. 상대적 자유

아무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업무 환경이 자유로운 것. 복장 자유, 유연근무제, 생일 휴가 등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론 자유에 대해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은 따른다는 것, 그리고 그 자유가 있기까지는 서로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것.



+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개인의 발전을 적극 응원하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죽을 때까지 회사원은 아니다. 누가 언제 나가도 이상할 리 없는 비즈니스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이며 잠시 머물다가 가는 정류장이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나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함께 지낼 때 만이라도 개인의 성장을 서로 목격하고 응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부분에 회사가 적극 협조한다면 더더욱 좋고.


처우나 안정성이 우선순위에 있다면 작은 회사는 맞지 않지만 0에서 시작해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사실 재미를 느끼는지는 해봐야 앎) 작은 회사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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