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슬퍼하는 것보다는 추억하는 것이 덜 아프다

by 엘 리브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알겠다.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다는 말도 지금은 알겠다.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는 것, 내가 불러도 아버지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대답할 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바로 어제 나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달라고 얘기했던 아버지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니...

귀에 대고 "아빠, 저 왔어요."라고 말하면 눈을 번쩍 뜰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닫힌 눈은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뇨병과 치매의 증상이 심해져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1년 2개월 만에 코로나19에 전염되었다.

그리고 확진 후 6일 만에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두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내가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마음은 늘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으로 무거웠고 옆에 있을 수 없는 현실의 상황들이 원망스러웠다.

아버지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더 자주 전화했어야 했다.

많은 후회가 몰려오지만 코로나 시국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되어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부모와 형제, 자매 또는 자식들을 요양병원에 보내 놓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깊은 슬픔 속으로 침몰하지 말라고, 그것은 먼저 간 사랑하는 이들이 원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통곡하는 대신에 아버지를 추억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먼저 지나간 길을 누군가는 이제 막 들어섰을 것이고 그 누군가의 가족은 또 나처럼 힘들어할 것이다. 치매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모든 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슬퍼하는 것보다는 추억하는 것이 덜 아프다.


그러나... 여전히 슬프고 아프다.




이 글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인 2022년 3월에 쓴 글입니다.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른 채 아버지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작정 적어내려간 글들을 이제야 한 데 모아 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