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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n 26. 2024

데닛의 12가지 생각 도구 8

ㅅ ㅂ ㄸ

데닛은 8번째 생각 도구로 미국의 인지과학자 더글러스 리처드 호프스태터(Douglas Richard Hofstadter, 1045- )가 'ㅅ ㅂ ㄸ, jootsing' 즉 '시스템 밖으로 뛰쳐나와, jumping out of sytem'이라는 뜻을 가진 도구를 소개한다. 이 전술은 과학과 철학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중요하다. 창조성은 자신이 속한 체계의 규칙을 이제까지 상상한 적이 없는 방식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더글러스 호프스테더는 1979년에 쓴 책,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Gö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로 1080년 일반 논픽션 부분에서 퓰리쳐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에는 미국의 저명한 논리 철학자 윌러드 밴 오먼 콰인(Willard Van Orman Quine, 1908-2000)의 이름을 따서 독자적인 코드만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quining'이라 명명한다.


창조성이 발현하기 위한 기존 체계의 위반 사례로서 음악에서는 이 체계는 고전 화성의 체계일 것이고, 정형시에서는 운율의 규칙일 것이며, 예술 장르에서는 취향이나 좋은 형태의 '전범(典範: 본보기가 될 만한 모범)' 일 것이다. 그리고 이론이나 연구 프로그램에서는 가정이나 원리일 수 있다.


데닛에 의하면 창조적이라는 것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체계'에서 타당한 이유로 새로움이 '튀쳐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예술 전통이 말 그대로 '무엇인지 허용된다'의 지경이 되면 창조성을 발휘하는 사람도 문제가 생긴다. 거기에는 반항할 규칙도, 전복할 대상도, 놀라우면서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창조할 배경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데닛은 '전통을 전복하려면 전통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피카소는 사실적 기법에서 시작하여 해체적 재구성주의 즉 큐비즘(Cubism, 입체주의)으로 나아갔다. 마티스 역시 막바로 야수파(fauvism: 눈에 보이는 색채가 아닌 마음에 느껴지는 색채를 밝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화풍)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세잔 이전의 화가들의 화풍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체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므로 피카소는 서양 회화에서 형태를 해방시켰고, 마티스는 색채를 해방시켰다.


쇤베르크 역시 조성 음악의 체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전통을 알고 그것을 전복하기 위해 <무조음악(Atonal music: 으뜸음이 없는 모든 음악을 지칭한다)>을 창조하였다. 예술의 예를 들면서 데닛은 취약한 것을 하나씩 건들어보는 것은 과학이나 철학에서 성공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ㅅ ㅂ ㄸ를 구사하며 발전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고 투자자에게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데닛이 보기에 'ㅅ ㅂ ㄸ'는 그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목표를 잠깐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일단 타당성 있게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물론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도 널려있다.


그러나 데닛은 과학사를 예를 들면서 '단서'가 숨어있을 때도 있다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버짓이 통용되는 '사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경우가 여럿 있다.  '플로지톤'은 불의 원소로 간주되었고, '칼로리'는 보이지 않는 자기 반발적 액체 혹은 기체이며 열의 주 성분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둘 다 폐기되었다. 빛의 매질로 여겨지는 '에테르'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다.


하지만 훌륭한 'ㅅ ㅂ ㄸ'의 사례로서 빼기가 아니라 더하기가 있다. 세균과 전자, 그리고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이 그런 예이다. 데닛과 그의 동료는 암묵적 가정(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 자연스레 내재화되어 있는 믿음이나 생각)을 거의 언제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혁신은 항상 '거꾸로 생각하기', '뒤집어 생각하기', 혹은 지젝처럼 '삐딱하게 보기'에서 발생한다. 키패드판이 없이 문자입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잡스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터치폰의 알고리즘을 발견하고, 간단하게 가장 원시적 도구인 손을 사용하여 정보를 입력하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일단 반대로 생각해 보자.' 그러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계 자체를 전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의 구조를 섬세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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