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철학 13: 인터스텔라

모든 순간의 물리학

by 박종규

1. 지구의 대재난과 물리학


영화 인터스텔라의 기본 플롯은 종말론적 위기에 대한 인간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다른 재난영화처럼 이 영화도 지구에 닥친 생명 멸종의 위기 상황에서 시작한다.


2067년 지구는 거대한 먼지 폭풍에 의해서.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주인공 쿠퍼는 우주선 조종사 출신으로, 이제는 작물 재배자로 연명하고 있었으며 두 아들과 딸 머피와 함께 병충애와 기후재난에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시점은 지구에 닥친 6차 대멸종의 위기가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의 충돌이나 외계인의 침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초래한 것 즉 근대 물리학을 기초로 발생한 산업혁명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과 미적분학은 곧 기계문명을 탄생시켰고, 근대화는 도시화, 공업화, 농지화로 이어지며 자연의 70프로 이상이 인위적인 개발로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데서 기후변화로 인한 먼지폭풍과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난 것이다.

2. 골디락스 행성과 천체 물리학


현대 물리학 특히 천체 물리학의 성과 중 하나는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의 시작인 특이점의 시기를 밝혀낸 것이다. 허블의 관측으로 팽창하는 우주의 속도를 역산한 결과 빅뱅의 시점이 약 137억 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태양계와 지구의 나이 그리고 생명의 발생과 그 조건들이 이어서 발견될 수 있다. 태양과 지구는 45억 년 이전에 은하계의 가스와 먼지가 융합되면서 생겨났고 특별히 생명의 탄생은 지구가 41-35억 년 전에 ‘골디락스 조건’이라고 부르는 상태를 갖추었을 때 일어났다.


골디락스 행성(Goldilocks planet)은 노출도(지표로부터 받는 복사선의 양), 온도, 대기 등이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외계 행성을 가리킨다. 결국 대멸종에 처한 인류는 이런 행성을 찾아내어서 선발된 몇 대의 우주 탐사선을 미리 발견한 웜홀을 통해 보내었으나 피드백이 분명하지 않아 주인공을 선장으로 엔데배호라는 우주선에 태워 다시 파견한다.


실제로 현대 천체물리학이 발견한 10억 광년 거리 내에 생명의 현상이 가능한 행성은 몇 개 되지 않으며 그 행성들에 먼저 탐사선을 보낸다는 시나리오는 동면과 웜홀의 가능성을 빼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3. 시공의 결합과 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 이전에 물리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이 별개의 차원이며 유클리드적 기하학은 시공이 절대적이라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개기일식 이후 발견된 별빛의 휘어짐 현상과 같이 고전 물리학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천체 현상들이 발견되면서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취리히공대를 졸업하고 베른의 특허국 직원으로 근무하던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일약 세계적 물리학자로 발돋움하였다. 그는 중력에 의해서 공간이 휘어지기에 직진하는 빛도 수축된 공간을 통과할 때 휘어지면서, 빛의 속도에 기준을 두는 시간이 공간 특히 행성의 질량과 중력에 의존한다는 혁명적 우주론을 세상에 던진다.


결국 수많은 관찰과 실험에 의해 이 이론은 정설이 되면서 시간은 공간의존적이며 동시에 시공도 상대적이라는 시각이 물리학계 전체에 확산되며, 이어서 발표된 일반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현대 물리학의 기본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중력과 시간 그리고 심지어 블랙홀과 시공간의 상대성은 모두 다 상대성 이론에 근거를 둔 스토리의 전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서 블랙홀의 중력이 엔데배호를 휩쓸면서 우주선의 구성원들이 거대한 중력에 끌려 시공간의 곡률에 따라 다양한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블랙홀의 중력과 시공간의 곡률이 물체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4. 다차원 공간과 루프 양자 중력 이론


엔데배호가 블랙홀로 빠져들자 선장 쿠퍼는 자신을 희생하고 모선을 살리기 위해 혼자서 캡슐을 분리하여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블랙홀은 모든 물체를 축소하며 빛마저 흡수하는 강력한 중력장을 가지기에 쿠퍼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놀란 감독과 그의 동생인 시나리오 작가는 양자역학과 다차원 공간에 관한 물리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이 중첩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바로 이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극적 반전을 꾀하면서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가능성이 된다.


이론적으로 다차원 공간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3차원 공간 이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3차원 공간은 세 개의 축을 기반으로 정의되며, 이들 축은 x, y, z 축으로 표시된다. 이와 비슷하게 4차원 이상의 공간은 추가 축이 있으며, 각 축은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표상된다.


다차원 공간은 일상적인 경험을 벗어나 수학적인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미 과학에서는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고 모델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에서 데이터의 다차원 공간에서의 위치를 사용하여 패턴을 찾거나, 물리학에서는 4차원 시공간을 사용하여 우주와 시간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한다.


이 모델링의 대표적 이론이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다. 이것은 다차원 공간의 수학적 개념을 활용하여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여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이제 우리는 어려운 물리학의 이해를 그만두고 영화 본연의 메시지인 희망과 사랑을 공감하기로 하자.


쿠퍼의 부성애는 머피와 블랙홀 안에서 벌어지는 다차원 공간의 중첩 속애서 극적으로 연결되어 지구를 탈출할 방주를 건축하는 실마리가 된다. 그렇게 해서 구출된 쿠퍼와 죽어가는 머피와의 상봉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이 간 행성에서 혼자가 된 여승무원에게로 다시 여정을 떠나는 쿠퍼의 새로운 출발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 너머에 존재하는 사랑과 희망에 의한 인간의 놀라운 생존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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