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역사 4: 고대세계 4

정의와 교환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by 박종규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322)는 의사의 아들이자 플라톤의 제자였다. 그는 17세에 아카데미에 들어와 20년 후 플라톤이 죽을 때까지 머물렀다.


후대에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은 너무도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단순히 '철학자 (philosopher)‘로 불린다. 그의 저작은 철학, 정치학, 윤리학, 자연과학, 의학 및 사실상 거의 모든 학문영역을 포괄했으며, 거의 2천 년 동안 이 분야의 사고(思考)를 지배했다.


오늘날 경제적 문제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그의 기여는 두 곳에서 발견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cbomacheia, 제5권)과 정치학(Politika, 제1권)이 그것이다. 앞의 책에서 그는 정의(justice)의 개념을 분석했으며, 뒤의 책에서는 가계 (household)와 국가의 본성에 대해 논했다.


아테네의 법률체계에서 서로 분쟁하는 사람들은 먼저 중재인에게 가야 했고, 중재인은 공평한 타협점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다. 당사자 중 한쪽이 중재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만 분쟁은 법정으로 갔다. 이 경우 법정은 두 당사자가 설정한 한계 중간쯤 어딘가에 또는 중재인이 설정한 타협점과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해결책 중간쯤 어딘가에서 새로운 타협점을 찾아내야 했다. (39-40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에게 이르는 모든 고대 희랍의 학문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최초의 철학자이자, 그의 이런 체계적 통합은 이후 이천 년 이상 서양 학문의 기초를 형성했다.


그는 인간의 세 가지 존재 양식에 착안하여 각각 그것에 대응하는 학문을 체계화했다. 그는 인간이 사고하고, 행동하며, 제작한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파생되는 지식을 크게 분류했다. 즉 인간은 사유(thinking), 행동(doing), 만듦(making)의 존재이다.


사유에 대응하는 학문은 이론학(Teoritike)이며, 여기에는 형이상학, 논리학, 자연학, 천문학, 수학 등이 속한다. 행동에 대응하는 학문은 실천학(Praktike)이며, 윤리학과 정치학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제작학(Poietike)에는 예술 창작과 도구 제작에 관한 지식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경제학적 논의들은 실천학에 속하며 윤리학과 정치학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여기에서 거론된다는 것이다. 당시의 경제적 문제는 교환과 분배에서 주로 발생하는 정의로움에 대한 논의 즉 공정성과 형평성에 관한 것이다.

교환과 상품의 분배를 다루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유형의 정의를 구별했다.


첫째는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다. 이 정의하에서는 상품들(또는 명예, 분배되는 모든 것)은 각 사람들의 공적(merit)에 비례하여 분배되어야 한다. 분배적 정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은 매우 탄력적인 관념이었다.


예를 들어 전투 후에는 공적은 승리에 대한 병사들의 기여에 의해 책정될 것이다. 동업관계에서는 재화들이 각자가 투자한 자본(capital)에 비례하여 배분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공적을 평가하는 데에는 상이한 기준이 사용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시민이 동일한 몫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될 수 있는 반면, 과두제(oligarchy)에서는 과두들이 여타 일반시민보다 훨씬 더 큰 몫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둘째는 교정적 정의(rectificatoryjustice)다.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해 줌으로써 이전의 부정의 (injustice)를 교정한다는 것이다. 교정적 정의는 균등성(equality)을 회복한다.


마지막으로는 호혜적 정의 (reciprocal justice) (또는 교환적 정의(commutative justice)) 또는 교환(exchange)에서의 정의이다.


두 사람이 재화를 교환한다면 그 거래가 정의로운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고대 그리스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된 한 가지 방법은 교환이 자발적이면 그것은 틀림없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41-42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은 플라톤의 그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다. 윤리학에서 먼저 그는 세 가지 종류의 정의를 논한다. 분배적 정의와 교정적 정의 그리고 호혜적 정의이다.


분배적 정의는 요즘식으로 말하면 업적 평가에 의한 임금 차등의 공정성과 투자 비율에 따른 수익 배분의 형평성과 관련이 있다. 기업에서 임원이나 사원의 급여는 근무 기한과 업무 기여도 그리고 실적에 의하여 지급되어야 한다. 주식이나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대비 이윤 분배도 마찬가지이다.


교정적 정의는 불가피하게 손해를 본 사람들, 예를 들어 미국의 서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국가가 원금 상환과 금리를 늦춰주는 정책을 실시하거나, 한국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일정 예산을 편성해 재난 구호처럼 금융지원을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호혜적 정의란 자발성과 타의성의 조건 아래서 이루어지는 교환 혹은 거래 시, 자발성을 원칙으로 성립하는 정의이다. 소위 현대국가에서 불공정거래를 금지하고 단속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존립 근거를 이미 고대세계의 철학자들이 마련했다는 점이 우리에겐 놀라운 것이다.

크세노폰은 튜닉이라는 상의를 교환한 두 소년의 예를 들었다. 이 예에서 한 소년은 키가 큰 데 반해 짧은 튜닉을 갖고 있고, 다른 소년은 키가 작은데 비해 긴 튜닉을 갖고 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는 두 소년 모두 그 교환에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그것은 정의로운 교환이 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한 교환에서 정의가 단일한 가격을 결정하지 않으며, 단지 판매자가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최저가격과 구매자가 기꺼이 받아들일 최고가격 사이의 어중간한 가격대를 정할 따름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므로 이 대역 안에서도 정확한 가격을 정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


그의 해답은 두 극단적 가격의 조화평균(harmonicmean)이었다. 조화평균은 정확한 가격이 가령 판매자가 받아들일 최저가보다 40퍼센트 정도 높다면 그것은 구매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가보다 40퍼센트가 낮기도 하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정의는 극단적인 것들 사이의 평균을 발견하는 일과 관련이 있으며 그 극단들은 어느 것도 정의롭지 못하다.


정의가 적절한 평균을 발견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는 원리는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정의에도 적용된다. 분배적 정의는 비례성 또는 등비비례와 관련이 있고, 기하평균(두 양의 기하평균은 두 수를 곱하여 그 결과의 제곱근을 취함으로써 얻어진다)과 관련이 있다. 교정적 정의는 산술적 비례를 발견하는 일과 관계가 있다(보상은 잃어버린 것과 동일해야 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세 가지 유형의 정의를 자신이 알고 있던 세 가지 유형의 평균, 즉 기하, 조화, 산술 평균과 관련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음계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성을 발견해 낸 피타고라스학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유사한 화성(和聲, harmony)과 비율들이 여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과 비율 및 화성의 수학 사이에 밀접한 유사성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 재화를 가지고 또 다른 한 재화로 교환한다는 개념은 중요했는데, 이는 그러한 교환이 상품을 측정할 수 있는 것—신발은 밀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발 제조업자가 밀을 원하지 않거나 농부가 신발을 원하지 않는다면, 교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두 상품을 비교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해답은 화폐였다. 신발 제조업자와 농부는 서로의 생산물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기 물품을 돈을 받고 팔 것이며, 이는 신발과 밀이 그 화폐가격의 비율을 통해 비교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상품을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수요이며, 화폐는 수요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한다.(41-43쪽)

윤리학이나 정치학에서 제기된 정의론이 수학이나 기하학에서 사용되는 비례와 비율 그리고 조화와 균형 개념과 연관시켜 전개하는 것은 바로 플라토-아리스토틀적 사유의 특징이다.


결국 경제적 가치는 그것이 정의롭게 교환되고 분배되기 위해 수학적 기호와 공식이라는 가치중립적 잣대를 필요로 하며, 이 잣대가 통화경제 곧 화폐경제를 창출하였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며, 이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계량화하고, 거래를 쉽게 하며, 상호 간의 빠른 지불을 가능하게 한다. 화폐는 또한 미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보존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화폐로 환산되는 자본의 가치가 노동의 가치를 넘어서면서 돈이 돈을 버는 금융산업이 기간산업을 지배하는데서 현대의 경제적 정의의 위기가 발생한다. 과연 돈이 노동을 상품을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경제학사에서 누가 예측하였는지 알아보는 것도 이 탐구의 또 다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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