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지
이빨로 잘근 깨물까?
송곳니로?
아냐 앞니로 깨물어야 하지 않을까?
물어뜯는 것이 더 쉬울 것도 같고. 아프면 어떡하지?
깨물거나 물어뜯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식빵을 뜯는 것처럼 쉽게 뜯긴다면 좋겠는데….
연필 깎는 칼로 살짝 베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어느 손가락을 해야 하지?
검지가 쉬울까?
새끼손가락은?
아까부터 편지지를 앞에 놓고 편지지에 담을 내용보다는 방법에 막혀 망설이고 있다. 편지지도 그렇지. 하필 연애편지에나 어울릴 꽃 편지지밖에 없으니.
모두 나가고 없다. 도시에 이런 집이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흙으로 만든 담벼락에 멍석이 걸려 있고, 물론 담벼락을 쌓으면서 넣은 대나무가 오랜 시간을 버티며 더 이상 흙을 보듬지 못하고 떨어뜨려, 갈비뼈처럼 드러난 사이로 방안이 살짝 들여다 보이는 집을 용케도 찾았다. 이런 집이니 가난한 학생들이 들어 올 수밖에. 시골 친구 둘이 사는 자취방에 비집고 들어와 있다. 눈치 볼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 친구도 눈치를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중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도시로 나온 두 친구. 주유소에서 일하는 친구는 밤늦게나 들어 온다. 구둣방에 취직한 친구 역시 얼굴 보기가 힘들다. 나만 한가롭다. 한가롭기보다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일을 안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시 생활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혼자 남겨졌다. 담벼락 흙벽 틈새 사이로 작은 햇살이 화살처럼 들어오는 오전,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도 뜸하다. 바쁜 아침 일터로 향한 발걸음이 다 지나간 시간이다. 담벼락만큼 어수선한 방안에서 오늘도 집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어떻게 계실까? 동생들은, 슬픈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논으로 밭으로 담박질하고 계시겠지. 어린 동생들은 오빠가 없는 상황이 허전할 거야. 떠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아버지 생각이 더 강하게 밀려온다. 아버지는, 지금 시각 오전 11시, 아마, 틀림없이 이 시각부터 취해 있을 거다. 풀어진 눈,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어머니 뒤를 쫓아다니며 부끄러운 욕을 퍼붓고 계실 거다. 틀림없어. 조두램이 논 쯤 일 거야. 어머니는 애써 무시하면서 부지런히 땅을 파헤치지만 부끄러운 욕설과 힘든 노동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에 눈시울이 붉어져 갈 거고.
오늘은 기필코 써야 해. 오늘 중으로 골목 입구 우편함에 넣으면 금요일 전에 들어갈 거야. 이 편지를 받으면 효과가 있을까?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버지가 이 편지를 받는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이렇게 예쁜 편지지에 피를 묻힌다는 망설임은 전혀 없다. 혈서를 쓴다는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