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3. 아버지

by 재학

아버지는 유약한 분이셨다. 연약, 소심, 심약 어느 단어보다 어울릴 것 같다.

유약한.

몸과 마음 모두.

가느다란 팔다리, 호리호리한 허리,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긴 머리 어느 모로 보나 시골에 어울리지 않았다. 논에 나가는 지게에 작은 책이 꽂혀 있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논에 들어가 몇 번 허리를 굽혔다가 펴고는 곧바로 논두렁에 벌러덩 눕는 횟수가 더 많았다. 그러다 슬그머니 사라졌다. 주막으로. 그리고 한나절쯤 지나 강인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버지는 유약하지 않으려고 술에 취해 있어야 했다. 깨어 있음은 곧 자신의 약함을 노출하는 것이다. 마당으로 나동그라진 밥상, 밥상이라고 해 봤자 두어 가지 반찬이 놓인 작은 사각 상, 벌써 몇 번이나 마당을 뒹군 덕분에 귀퉁이마다 상처가 난 밥상이 마당으로 날아가게끔 용감해지는 모습으로 변했다. 용감함은 어렵게 마련한 신작로 옆 작은 밭도 지난겨울 저녁 밤 신작로 옆 기봉이네 작은 방에서 펼쳐진 화투판에서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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