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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Mar 04. 2024

가왕

비련

오전 내 바빴다.

몸도 마음도 덩달아 정신까지 바빴다.

점심 먹고 한 건 더 바빴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이 나이에 바쁘면 안된다는데...


일단 컴퓨터 앞에서 일어섰다.

커피 포트 물 올리고, 아직도 아침에 배달된 형태 그대로 던져 있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언제나처럼 뒷면부터 넘기며 훑다 문득 눈길이 멈춘다.

이 사진은?


맞아 그이기 때문에 어울리고,

그만큼 어울리는 얼굴도 없는. 선그라스로 얼굴을 가렸어도 그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얼굴.

50대의 그일까?

60대쯤 일거야.

그의 공연을 언제 봤더라?

벌써 10년도 더 되었지?

그때도 저 얼굴이었는데.

그는 도대체 왜 나이를 안 먹는 거야.     

그렇다. 가왕 조용필에 관한 기사가 눈을 붙잡고 신문을 넘기지 말라고 하는 거다.


    

‘가수 조용필이 서른두 살 때 부른 ‘비련’에 얽힌 이야기를 써 놨다. 어느 날 지체장애 14세 소녀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조용필의 ‘비련’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부모가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조용필에게 “돈을 원하는 대로 줄 테니 병원에 와서 딸에게 ‘비련’을 불러줄 수 있느냐”고 전화를 하자, 조용필은 그날 행사를 취소하고 달려가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불러주고 CD 한 장까지 선물하며 따뜻하게 안아줬고 소녀와 부모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했다. 소녀 부모가 가수에게 ‘돈은 어디로 보내면 되느냐’고 묻자, 조용필은 “따님의 눈물이 제 평생 벌었던 돈보다 더 비쌉니다.” 했던 이야기로...

(매일경제 2024.3.4.월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사진은 말한다 조용필의 노래 2022년 11월 27일)


      

아~가왕의 50대가 아니라 60대가 아니라 2년 전 모습이었구나!     

예전 첫차 르망을 타고 다닐 때 그의 테이프를 듣고 다녔었다.

아마 테이프가 늘어져서 못 듣게 될 때까지 들었을 거다. (증명하지는 못하겠다.)     

경쾌한 피아노 반주 뒤에 잠시 숨을 고르다 ‘기도하는~’ 이때 들려 오는 캭, 옵바~

오늘 오후 ‘비련’을 다시 듣는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돌고 도는 계절의 바람 속에서

이별하는 시련의 돌을 던지네

아 눈물은 두뺨에 흐르고

그대의 입술을 깨무네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물새에게 물어보리라

물어보리라

몰아치는 비바람을

철새에게 물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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