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찬 바람에 개나리 노란 잎 틔어지고,
보랏빛 라일락 향기 분수처럼 퍼지네.
화사한 벚꽃잎이 바람결에 나리우고,
조용히 목련꽃은 흔적 없이 사라졌네.
매년 봄, 꽃이 피면 하루 종일 아쉬워라!
「봄이 오면」은 봄이라는 계절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찬란함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를 정서 깊게 드러낸다. 개나리의 노란 잎이 찬 바람에 틔어지고, 보랏빛 라일락의 향기가 분수처럼 퍼지는 장면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생명력과 감각의 확산을 보여준다.
벚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목련꽃은 조용히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 대목은 봄의 절정과 동시에 소멸의 순간을 담고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항상 눈에 띄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말해준다.특히 목련의 퇴장은 소리 없이 지나가는 시간처럼, 우리 삶 속에서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마지막 행 “매년 봄, 꽃이 피면 하루 종일 아쉬워라!”는 시 전체의 정서를 응축한 문장이며, 봄의 찰나적 아름다움이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아쉬움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삶의 덧없음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이 시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며, 봄이라는 계절이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빠르게 지나가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꽃이 피는 순간은 짧고, 그 짧음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봄이 오면」은 계절의 감각을 통해 감정을 정교하게 드러내는 시다. 화려한 꽃들의 등장과 조용한 퇴장을 통해 우리는 매년 반복되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낀다.
&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곳곳마다 공원이 있어 러닝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영종도 관사에 살던 시절, 책을 빌리기 위해 청라호수공원 도서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그 주변을 둘러싼 고무트랙을 발견했다. 공원 전체를 감싸는 그 트랙은 달리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고, 나는 그 위를 달리며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하지만 청약이 아닌 이상, 이 근방에 집을 산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와 국제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렸고, 청라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 동네의 일원이 되었다.
도서관의 글쓰기 모임에 참가하면서 독서모임을 소개받고, 러닝모임까지 가입하게 되었다. 낯선 동네였지만 점차 가까운 이웃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비슷하게 생긴 길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탐험처럼 즐거웠다.
나는 주로 호수공원 트랙을 돌며 러닝을 하지만, 아침 조깅 때는 심곡천을 따라 달리는 걸 좋아한다. 직선 코스인 그곳은 호수공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조깅은 속도보다는 나만의 리듬과 호흡으로 달리는 것이기에, 어느 순간 한 지점에 몰입한 채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은 갑자기 강변 위 데크 쪽으로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선이라기보다 경사가 있어 속도가 붙으니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달리던 중, 눈앞에 펼쳐진 가로수길과 봄꽃들이 나를 멈춰 세웠다. 페이스를 유지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노란 개나리와 하얀 목련,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랏빛 라벤더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나는 속도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자주 지나던 길이었지만, 그날 처음 본 풍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바람만이 흐르던 그곳에서, 익숙함 속에 숨어 있던 낯선 아름다움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날 따라 햇빛은 유난히 밝았고, 모든 색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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