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거야

#기억

by 비루투스

연애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연애하고 있었으면


막 설레고 그런 거 말고,

익숙하고 편안한 그런 거.


첫 만남의 묘한 긴장감들,

감정을 살피고, 이해하려는 건

이젠 조금 버겁게 느껴지곤 해.


시작은 늘 가벼운 듯,

끝내는 마음은 무겁지.


서로를 알아가는 건 좋았지만

그게 기대로 이어지진 않더라.

피곤해지고… 걱정이 앞서게 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네 마음을 미리 헤아리고,

내 자존심은 내려놔야겠지.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눈치 보고, 오해하고, 또 화해하고…

이 사랑은 너였기에 가능했던 걸까?


널 사랑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일 걸까?


누구와도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그래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그런 너를 매일 선택했으니까

그게 내겐 운명이 되었으니까


조심스럽지만 심각했었던,

어설프겠지만 진심이었던,

내 방식대로 널 품었던,


그런 종류의 사랑이야...



— 사랑의 시작은 가볍지만, 끝은 늘 무겁다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되지만,「그랬던 거야」는 그 설렘 이후의 지속과 현실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연애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말은 시작의 긴장보다 지속의 평온을 바라는 마음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사랑, 그것이 시인이 원하는 관계의 형태다.


첫 만남의 묘한 긴장감, 감정을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모든 것이 이제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사랑의 시작은 가볍지만, 끝은 늘 무겁다. 이 구절은 관계의 무게와 감정의 피로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좋았지만, 그것이 기대와 설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적 인식은, 사랑을 이상보다 경험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보여준다.


시인은 묻는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이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려는 내면의 고민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고백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는 조율과 선택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의 중심은 이 구절이다: “그런 너를 매일 선택했으니까 / 그게 내겐 운명이 되었으니까”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결과다. 시인은 그 선택을 매일 해왔고, 그 선택이 결국 운명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랑을 의지와 지속의 행위로 정의하는 철학적 고백이다.


마지막 구절은 시 전체의 정서를 정리한다. “조심스럽지만 심각했었던, 어설프겠지만 진심이었던, 내 방식대로 널 품었던, 그런 종류의 사랑이야… 그랬던 거야.” 이 문장은 사랑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심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진심은, 사랑의 본질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랬던 거야」는 사랑의 시작보다 지속의 의미, 설렘보다 선택의 무게, 그리고 완벽함보다 진심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말없이 말한다— “사랑은 매일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진심이라면, 그건 충분히 사랑이었다.”



&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클럽은 매달 지정 도서에 대한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철학 모임 외에도 ‘러닝’을 주제로 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책을 함께 읽고 달리기도 하는 독특한 형태였다. 처음엔 러닝 관련 도서 위주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첫 책만 하루키의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이후에는 회원들의 투표로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결혼과 그 후의 일상』이 선정되었다. 아마도 결혼을 고민하는 시기의 사람들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 책은 이미 예전에 읽고 글을 써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읽고 또 글을 써야 했다. 한 번 더 퇴고를 거치며 생각의 폭이 넓어졌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를 구상하게 되었다. 다른 회원들의 글을 꼼꼼히 읽으며 참신한 표현들을 발견했고, 그중 하나를 골라 인상적인 문장을 나열하며 다른 글들에 담긴 감성을 문장에 담아보려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잠재된 여성적 자아가 반응했고, 그 생각과 감정들을 하나의 목소리로 담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성장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고, 그것을 글의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완성된 시를 커뮤니티에 올렸고, 몇몇 회원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 시가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하고 싶다는 내 의지의 메타포가 그 시에 응축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첫눈에 반한다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만남이 반복될수록 그런 감정은 점점 퇴색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 감각은 지속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의지로 변할 수 있다. 첫인상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컨셉이나 연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히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려 할수록 연애와 결혼은 서로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그런 과정을 버거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연애와 결혼의 관계는 러닝과 마라톤의 관계와 닮아 있다. 러닝은 가볍게 시작하고, 힘들면 언제든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은 시작하면 끝이 분명하고, 준비 없이 뛰다간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이 주는 성취감은 비교할 수 없다. 기록에 집착하면 오버페이스로 인해 대회를 망칠 수 있지만, 자기 리듬과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록은 자신의 역사로 남는다. 나는 그런 의지를 시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사랑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용하기보다, 선택의 반복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로 보고 싶었다. 고상하거나 이상적인 사랑이 아니었더라도, 조심스럽지만 진심이었고, 어설프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품었던 사랑, 그리고 매일의 선택이 진심이었다면, 그것은 충분히 ‘운명적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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