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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제과점

AB클럽

by 로로

사장님과 식사를 한 뒤론 또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던 어느 날 친구는 충분히 쉬는 기간 동안 쉬었으니 다시 본연의 일터로 복귀한다고 여기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며칠 뒤 집에 있던 저녁

사장님한테 카톡이 왔다. 뭐하냐는 이건 정말 의심의 여지없는 관심의 표시였기에 또 혼돈의 카오스가 된다. 우선 주변의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 현재의 일을 상담하게 됐다. 그 친구는 나름 내가 아는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친구였다. 솔직히 나이는 차이가 많지만 자기일 성실하게 하고 건강하고 너만 좋으면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지만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 친구도 혼돈의 카오스인 듯싶었다. 역시 이번엔 무언가 착각이라고 하기엔 이상했다 싶었다. 다시 약간 거리를 두면서 지내게 되었지만 전보단 마음이 좀 더 커진듯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상태로 지내던 어느 날 정기검진 받은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왔으니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도 꿋꿋했던 나도 건강까지 무너진다 생각하니 다리에 잠시 힘이 풀리는듯했지만 확실한 건 아니니 정신을 차리고 정밀검사를 받았다. 정밀검사를 받느라 제과점을 하루 쉬어야 해서 사장님에게 사정을 말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더 큰 고민이 들어오면 또 덮어지는 원리대로 사장님과의 복잡함은 뒤로하고 내 건강이 머릿속을 차지했다. 건강은 나름 자신 있었던 상태라 충격이 더 컸던듯하다. 그렇게 검진 결과를 기다리던 저녁 사장님이 또 카톡을 보냈다. 나름 진지한 내용으로 무슨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는 고백을 해버렸다. 충격 덕분에 잠시 검진 결과에 대한 걱정이 날아가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다음날 검진 결과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그 후로 점차 호기심이 관심이 되어 자연스레 퇴근 후에도 연락하게 되었는데 한편으론 내가 태어날 때 중학생이었던 나이차 때문에 걱정도 되긴 했다.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언니, 오빠보다는 나이가 적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조언을 해준 친구도 내가 그 사람과 카톡을 주고받는 거에 대해 안된다며 말리다가도 빨리 답 장보 내보라며 나를 부추기는 걸로 봐서 나만큼 혼란스러웠던듯하다. 나는 주변의 걱정을 알기에 모두에게 알리진 못했고 이 친구가 자기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사실이니 한 명에게만 더 알려서 함께 얘기하자고 했다. 나는 그때 당시 또 자주 연락하던 친구에게 말해주었고 우리 셋은 그 시기에 모두 남자를 만나게 되어 더욱 자주 일상을 공유하며 공감하고 지내게 되었다. 마침 만나던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ab형이라 ab클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요즘은 mbti가 대세지만 그때 당시엔 혈액형을 많이 물어보곤 했다.


첫 번째 친구는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었고 두 번째 친구는 같은 회사에서 만나 친구를 쫓아다니던 남자와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나도 사장님과 연락을 주고받고 오전에 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사람이 나이는 많아도 정신연령이 나와 비슷하구나 생각하니 더욱 편해져 버렸다.



가끔 손님 중에 근처 회사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오셔서 빵을 부담 없이 주문하거나 예약하는 일도 꽤 있었는데 마음속으로 나도 한 번은 저렇게 성공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행복해 보이는 얼굴도 있었고 아닌 얼굴들도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세상의 성공의 기준이 얼마나 성공했나 보다 얼마나 사랑했나로 바뀌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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