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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제과점

60퍼센트의 착각

by 로로 Mar 19. 2022

출근길의 마음이 달라졌다.

가게에 도착하고 사장님의 표정을 유심히 보게 됐다. 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성격인데 사장님은 빵을 만드느라 오전엔 특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굉장히 자연스레 다시 대화가 오갔고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끝나는 시간에 친구가 왔다.

평소답지 않게 나는 친구가 오자마자 일이 있다며 먼저 나왔고 친구는 웬일로 일이 있어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은근히 사장님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친구가 사장님이 한턱 쏜다고 우리가 다 같이 먹기엔 시간 맞추기도 힘들 것 같으니 자기가 먼저 같이 먹겠다며 출근하자마자 나에게 말해주었다.  뭐지 하며 또 내가 착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하는 말로는  사장님이 너에게 먼저 물어봤는데 거절했다며 그럼 나 먼저 먹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가볍게 말한 분위기가 아닌 거 같았는데..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 착각의 늪에 늘 잘빠지던 나의 과거가 떠오르며...



중학교 시절

수업시간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와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서랍에 손을 넣었는데 쪽지가 잡혔다.  뭐지 하며 쪽지를 펼쳐보니 편지였다.

안녕~? 나는 너의 옆에 옆에 뒤에 뒤에 뒤에 앉아있어.. 오랫동안 널 좋아해 왔어..

라고 쓰여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쪽지에 적힌 좌표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뒤를 보니 반에서 모든 애들에게 친절하고 훈남인 인기 남이었다.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그 아이를 쳐다보며 흠칫 놀라 눈이 마주치니 그 아인 빙그레 미소 지어주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쪽지를 들고 그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주변에 앉아있던 내 친구들이 나를 말리며 웃음이 터졌다. 난 그 순간에도 어안이 벙벙하여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몰랐지만 그 남자아이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여서야 친구들의 장난이었음을 눈치챘다. 이미 한 시간 전 내 서랍에 쪽지를 써넣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해하며 내가 훈남을 쳐다보며 신나 하는 표정을 보고 자기들끼리 뒤에서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했는데 다들 장난인 줄 금세 알아차리고 버렸는데 나는 신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동창 남자들이 한참 군대를 가서 수신자부담으로 전화하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을 타던 시절.. 나에게 전화한 동창 남자에게 혹시 나좋아하냐고 물어봤다가 친구를 잃기도 했다.  그 후로도 깨알같이 괜찮은 이성이 잘해주거나 하면 줄곧 착각에 잘 빠지곤 했던 내 과거가 또 소집되었다.  



하지만 주로 착각에 빠진 건 나도 호감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엔 아니었기에.. 이제 나이가 드니 착각의 범위가 넓어진 건지.. 별생각을 다하게 됐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내 친구와 사장님이 식사를 하고 나도 함께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집으로 향하고 사장님은 다시 가게로 가려고 인사를 하는데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마워요란 말을 했다.  무언가 컨셉을 잘못 잡은 건지 그 말이 특이해서 또 관찰 모드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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