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소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출간 후기
“선기야, 너 이제 책 쓰지 마.” 일주일 전 늦은 밤,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완독 한 직후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엄마가.”라고 말한 뒤 엄마는 한숨을 짙게 내쉬고 말했습니다.
“네 책 읽고 난 뒤로 속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먹먹하고 그러네. 점심 먹은 것도 체한 것 같아.”
“왜?”
“모르겠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하루랑 미루도 나오고, 암만 봐도 엄마는 케이시라는 주인공이 네 이야기 같거든.”
“그래? 그렇지만 엄마, 소설은 99% 허구의 세상이야. 나는 케이시라는 가상의 인물처럼 1조 원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도 아니고, 고아원 출신도 아니고, 죽은 여동생도 없잖아?” 나는 숨을 고른 뒤 말했습니다.
“물론 내가 썼으니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그들 각자의 서사에 많든 적든 내가 담겨 있겠지. 그건 엄마가 좋아하는 헨리크 입센이나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마찬가지일 거야. 결국 다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기 안에 있는 무건가를 어떤 식으로든 온전한 하나의 형태로 치환해 낸 거지.”
나는 엄마의 화장대 위에 있던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들고 좌우로, 앞뒤로 한번 훑어보고 말을 이었습니다.
“엄마,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크던 작던 영혼에 깊이 남는 울림을 줬다고 말해준다면, 이 글을 쓴 나에게는 정말 어마어마한 찬사야. 극찬이야 그거.”
“그리고 좋은 소식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 비슷한 일이 있었어. 조금 전에.”
“좋은 소식?” 엄마가 물었습니다.
“응. 출판사 대표님이 먼저 ‘힐링 소설’을 써달라고 제안해 왔어.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글. 나라면 그 소설을 정말 잘 써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당장에라도 선계약을 하자고 할 기세였어.”
“소설을 이렇게 바로 또 쓰려고? 제발, 머리 좀 식혀.”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 있잖아...” 나는 엄마의 굳은살이 가득한 손 위에 내 손을 포개어 얹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가,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해 엄마.”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일이라면 다행이긴 하다만…… 엄마는 한 권 한 권 쓸 때마다 얼마나 진을 빼는지 봤으니까 걱정부터 들어서 그래.”
“엄마, 내 나이에 내가 정말 행복해하고 사랑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안심해도 돼. 아무튼, 그래서 이번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재밌었어? 재미없었어? 솔직하게.”
“아-휴, 말해 무엇해. 우리 홍 작가님. 최고였지-이.” 엄마가 그제야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케이. 엄마가 재미있었으면 됐어.” 나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케이. 나는 계속 쓰겠습니다.
행복하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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