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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un 07. 2024

모든 엄마들이 우울에 떳떳한 세상

산후우울증은 정상이다


(내 글을 꾸준히 읽어 온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출산 후 사고후유증과 산후풍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한방병원에 두 차례 입원했다.


"아기는 누가 봐요?"

"아기가 어린데 엄마가 아파서 어떡해요?"


아파도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시간 속에서 홀로 버텨야 했던 내 안의 치열한 싸움.


'내가 나약한가?'

'아파도 꾹 참았어야 하나?'


강한 엄마가 아니라는 열등감은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혔다.


'공동육아라는 미명 아래 내가 할 일을 가족들에게 미루고 있는 건 아닐까?'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자괴감은 내 발목을 붙잡았다.


"가족들이 도와주니 든든하겠어요."


나를 격려하는 말조차 꼬여버린 내 마음 탓에 곱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산후우울증의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지만 육아가 힘들다는 말은 쉽게 터놓기 힘들다. 부모라면, 특히 엄마라면 마땅히 장착해야 할 모성애를 의심받을 수 있기에.


예전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국가적으로 우울을 중대한 사회문제로 다루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과도기에 있는 지금.


출산의 기쁨만큼 육아의 고충, 산모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종종 대한민국의 산후조리원 문화가 허례허식이라며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출산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조롱하는 것 이상으로 육아의 고충을 공감해 본 적이 있는지 따져 묻고 싶을 때가 많았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과 대한민국이 임신, 출산, 육아를 대하는 태도가 같을까? 같다면 어째서 전쟁국가인 우크라이나보다도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낮을까?


아이를 낳았다면 당연히 부모로서, 엄마로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감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저출산의 문제는 결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임신만 해도 힘든데 펭귀니씨는 참 강한 분이에요."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 찾았던 정신건강의학과. 숱한 고민 끝 살기 위해 두드렸던 진료실에서 펑펑 울고 난 후 이상하게도 새로운 힘이 솟았다. 생각보다 엄마들은 대단한 걸 바라지 않는다. 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저출산 정책에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임신우울증은 모성애의 부족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가치 있는 일을 해낸 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엄마는 강하다. 모든 엄마들이 스스로의 우울에 떳떳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는 건 사치일까? 그렇다면 난 그냥 사치스러운 아줌마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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