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관절이 쑤셔서 창밖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록 관절이 쑤시지만 월요일인 오늘 비가 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월, 수, 금 주 3회 한의원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의원에 도착했다.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제 어깨 위에 웅녀 3마리가 앉아 있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늘 그랬듯이 친절하게 아픈 부위를 잘 치료해 주셨다. 치료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엄마가 건너편 빵집에서 빵을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조그마한 손가방 하나만 들고 나온 터라 가방에는 빵을 넣을 공간이 없다. 빵집에서는 종이봉투를 200원에 판매하는데 이상하게 난 빵 사는 돈은 아깝지 않으면서도 이런 돈은 아깝다. 우산까지 들어야 해서 꽤 난감한 상황.
용기를 내어 데스크에 계신 간호 선생님께 “혹시 괜찮으시다면 종이가방이나 비닐봉지 하나 주실 수 있나요?”라고 조심스레 여쭤봤다.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종이가방을 내어 주셨다. “돈은 안내도 되는 거죠?” 비록 공짜로 받아가지만 체면은 지키고 싶어서 예의상 확인했다. “그럼요.” 역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신다. “제가 한의원 홍보 열심히 할게요. 제 주변에 몸 안 좋은 분들이 많아서요.” 너스레를 떨었다. “네, 고맙습니다.” 또다시 미소로 돌아왔다.
빵집에 갔다. 엄마는 곡물식빵을 사 오라고 하셨지만 난 참새라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혼자 먹는 건 비겁한 짓이니 가족 수만큼 내가 먹고 싶은 빵을 구매했다. 빵을 계산하고 한의원 종이봉투를 야무지게 꺼내어 구매한 빵들을 소중히 넣었다.
사소하지만 이런 포인트에 설레는 난 35세 ENFP 아줌마다. 어떻게든 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영수증 인증리뷰에 종이가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의원 홍보에 도움이 될만한 문구로 채웠다. 수요일에 한의원 가는 날 이 리뷰를 보여드리면 한방파스 6장을 선물로 준다. 완벽하게 순수한 홍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예전에는 거창한 삶의 목표를 이뤄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행복은 외부의 인정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프고 나서야, 아이를 낳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소중한 진실을 하루하루 찾아가는 기쁨은 통증과 출산이 내게 남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