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염좌, 이두근힘줄염, 허리디스크, 이석증, 임신중독증, 고혈압전단계, 자율신경실조형 산후풍.
임신과 출산이 내게 남긴 진단명이다. 누군가는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라며 비난할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예쁜 우리 아기를 만나는 과정 중에 겪은 고난이기에 훈장과 같다.
위의 질병 중에 죽을병은 하나도 없지만 나는 죽다가 살았다.
더군다나 아기를 품고 있었던 열 달 동안 타이레놀 이외에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없고 병원 시술도 대부분 불가능하며 파스 한 장 내 마음대로 붙일 수 없는 현실은 끝없는 불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아기가 6개월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주 3회 한의원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이제는 예쁜 아기를 만났고 내 몸의 회복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아프면 어떡하지?’
‘예전처럼 건강해지지 못하면 어떡하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다시 일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
끝없는 걱정과 두려움은 지금 내게 주어진, 다시 오지 않을 행복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렸다.
또 아프면 치료받으면 된다.
예전처럼 건강해지지 못해도 괜찮다.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실에 가면 된다.
다시 일할 수 없어도 내 인간적 존재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자족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된다.
7kg이 넘는 아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아기띠를 메 보았다. 점점 아기띠를 멜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아기를 낳아도 여전히 난 내 건강이 더 중요한 이기적인 엄마라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아기에게, 육아를 도와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 화살을 나에게 돌리기 싫어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원망했다.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조금씩 용기를 내고, 나아가는 방향으로.
또다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할 때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