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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Apr 11. 2023

결혼하고 사랑받는 여자는 아기가 된다던데

어느새 나는 혼자 하는 게 뭔가 두렵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가?

지금은 공항. 나 홀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 볼일이 있어 혼자 가기로 했다.

결혼하고 나서 하루 이상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짧은 일주일간의 한국 여행에도 공항에 데려다준 신랑과 헤어지며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이제 결혼한 지 어언 2년이 되어 간다.

결혼하고 나서 바로 파리에 가서 살고, 이후에 잠시 7개월 정도의 회사 생활을 하고 나는 다시 이곳 벨기에에 와서 지내고 있다.

해외에서의 삶이 길었기에 더욱이 거의 나의 모든 삶이 신랑과 함께 동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짧은 기간 연애를 하고 결혼한 것에 비해, 급격히 서로에 대해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난 그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 많고 다정한 그는 항상 작은 짐도 자기가 들어준다며 “내가 해줄게 “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서 으아악 요란법석을 피우면 어느새 옆에 다가와 “내가 해줄게”

물을 마시고 싶어 병뚜껑을 따려고 하면 “내가 해줄게”

모든 상황에 “내가 해줄게”를 달고 다니는 다정한 남자다.


우리 엄마 말로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결혼하고 살이 쪘음에도 불구하고, 예뻐졌다고 하신다.

하지만 난 홀로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듯하다. 더욱더 홀로 하는 시간과 홀로 결정하고 나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다.


어제 새벽 난 자다 깼다. 나 홀로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내게 될 24시간이 걱정되었다.

대한항공도 아니고, 외항사 국적기를 타게 되어서 핸드폰과 아이패드가 없으면 이 심심한 시간을 어찌 견디지 걱정되었다.

사실 어찌 보면 이 글을 적다 보니 핸드폰 없이, 인터넷 없이 작은 공간에 갇혀 24시간을 보내게 될 걱정이 컸던 것 같다.

아무하고도 대화할 수 없는 하루. 내 삶을 공유하지 않고선 난 하루가 살기 힘들어진 걸까?

아직 내가 걱정하는 그 시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기 전엔 어떻게 살았을까?


조금은 나 홀로, 나 스스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항상 카톡 하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내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이 지내기엔 환승과 20여 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을 생각하면,

아직도 지구는 하나라는데 하나가 되기엔 장벽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하고 특징들이 유지되는 거라는 생각도.


이것저것 맥락 없이 흐르는 생각들을 정리(?)까지는 아니지만 기록해 두는 것만으로 뭔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한 자 적어본다.

벨기에 자벤텀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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