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이외에도 가족이나 친구의 꿈도 듣고 해석해 줄 때도 많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의 꿈은 다루지 않는다. 그 사람의 삶과 태도를 모르는 경우 해석은 점쟁이의 해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느날 내가 꾼 꿈이다.
중국에 단체 여행을 간 듯하다. 큰 연못이 있는데 과거현미경에서 보았던 시커먼 짚신벌레 같은 형태의 엄청 큰 벌레 여러 마리가연못을 덮고 있다. 더러워 보여서 긴 잠자리채 같은 도구로 그 벌레를 걷어낸다.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중국 사람들이 쫓아와서 내가 들고있는 장대를 빼앗고 화를 내며 못하게 한다.
내가 어이 없어 하며 중국어는 못해서영어로 항의하지만 그들은 내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다시 한국 사람 없냐며 우리말로 질문하자 한사람이 나서서 통역해주겠다고 한다. 그들은 벌레가 하천에 유익하고 물이 너무 깨끗한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통역한다. 내가 그 의미를 받아들이며 내 행동을 사과하고 돌아온다.
또 하나는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은 내가 커다란 에메랄드 반지를 끼고 있는데 보석 사이즈가 엄청 크고 선명한 초록색을 띤 직사각형 모양이다.(대부분의 꿈은 무채색이어서 유채색 꿈을 꾸면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오래 간다.)
꿈이지만 에메랄드가 비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게 내 것이라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자세히 보니 한쪽에 내포물이 들어있어서 최상급의 보석은 아니다. 오히려 안도하였다.
꿈은 무의식에 있는 메시지를 현실과는 다른 흐름과 문법속에서 상징으로 전한다. 무의식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안에 들어있는 여러 요소들인데, 꿈은 이것을 논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꿈속의 연못물은 나의 마음의 상징이고 깨끗하지만은 않다. 검은 짚신벌레로 표현된 어두운 생각을자아가 의식적으로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무의식은 그것도 다 나의 일부분이니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석은 심리 분석에서 보통 ‘자기’를 나타낼 때가 많다. 자기는 나의 중심 가치이다. 꿈속인데도 선명한 초록색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색이 나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사이즈가 크니 스스로의 깜냥을 아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웠는데, 내포물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안도한다. 나를 표현하는 보석에 불순물이 들어있어서 큰 가치를 가지지는 못하니 나도 너무 대단하게 되려고 아등바등할 것 없는 것이다.
두 꿈 다 깨끗함이나 완전무결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나에게는 오염과 불순물이 있다는 메시지인데 그것을 내가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젊은 날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결벽성이 있어서 괴로웠던 반면, 나이 들어가면서 나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남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줄어들은 것 같다.
페르시아에서 훌륭한 무늬를 넣어 카페트를 짜는 장인들은 일부러 카페트에 흠을 한곳 만든다고 한다. 이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한다. 완전하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고 인간은 흠결이 있기 마련이라는 겸손의 의미이다.
같은 의미로,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깨진 구슬을 하나 넣는다고 하는데 이를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자기가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그럴 수도 없겠지만) 오만하다는 의미이다.
이제 나의 결점과 오점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으니,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