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볼거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화와 마찬가지로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통찰이 들어있다.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이 보이는 두 가지 유형은 추억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1막을 잘 살고 맞는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3의 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과 엘리는 어린 시절 비행선 ‘모험의 정신’호를 타고 다니는 탐험가 찰스 먼츠의 팬으로 만나서 친해지고, 그가 전설의 새를 찾으러 간 페루의 파라다이스 폭포에 꼭 같이 가기로 약속한다. 둘은 자라서 칼은 풍선 장수, 엘리는 동물원의 새 조련사가 되어 결혼하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지만, 원하던 아기를 갖지는 못한다. 실망한 엘리를 칼이 위로하며 열심히 저축하여 파라다이스 폭포에 꼭 가자고 하지만, 빠듯한 생활에 그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세월이 흘러 둘은 늙게 되고 더 늦기 전에 여행을 가려 하지만 엘리의 건강이 나빠지고 얼마 후 엘리는 세상을 떠난다. 그의 전부였던 엘리가 세상을 뜨자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을 간수하며 추억에 잠겨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도 침대 옆의 자리가 휑하고, 식탁의 맞은편의 자리도 썰렁하다.
어느 날, 야생탐험 대원 러셀이 그의 집을 두드린다. 가슴에 배지를 가득 달고 나타난 아이는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여 배지를 하나만 더 받으면 선임 대원으로 승격한다며 자신에게 도울 일을 달라고 한다. 칼은 귀찮아하며 도요새를 잡아달라고 하고 소년을 따돌린다.
바깥세상은 칼의 집을 제외한 주변이 재개발을 하느라 포클레인과 트럭들이 왔다 갔다 하며 정신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집을 팔라고 권유해도 그는 그가 죽고 나서 하라며 요지부동이다. 그들과 씨름하다가 일어난 다툼으로 그는 법정에서 양로원에 들어갈 것을 명령받는다. 그는 생각 끝에 엘리와의 약속대로 그녀와 함께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풍선에 헬륨가스를 넣어 집에 연결하고 집을 비행선으로 만들어 먼 길을 떠난다. 이때 마침 문밖에 있던 꼬마 러셀도 함께 가게 된다. 러셀은 어릴 때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재혼하여 가끔씩만 아들을 만나는데, 그는 자신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빨간 자동차 수를 세던 아빠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년이다.
한참을 날아서 도착한 곳은 폭포의 맞은편 절벽이었다. 절벽까지는 둘이 집을 끌고 가기로 하는데 가는 도중 전설의 새를 마주친다. 러셀은 친해진 새에 케빈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다시 가다가 말하는 개 더그까지 만나게 되는데, 더그는 탐험가 찰스 먼츠가 키우는 많은 개들 중 한 마리였고 그들을 찰스에게 인도한다. 어릴 때부터 엘리와 함께 숭배했던 찰스를 만난 칼은 감동하지만, 그는 과학자들에게 자신이 전설의 새를 진짜 찾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남은 생의 목표인 사람이었고 전설의 새 케빈을 산채로 데려가려고 한다. 그는 칼 일행을 적으로 단정하고 공격한다. 그가 칼의 집에 불을 붙이자 놀란 칼은 집을 구하러 가고, 반면에 러셀은 케빈을 구하러 간다. 불을 끄고 집으로 들어와 엘리의 앨범을 본 칼은 뒷부분에 엘리가 붙여놓은 부부가 늙어가는 사진들과 그녀의 쪽지를 보게 된다. 거기에는 “당신과의 모험 고마웠어요. 이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풍선이 모자라서 가라앉은 집에서, 그는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무거운 가구들을(둘의 안락의자까지) 모두 버리고 가벼워진 집을 다시 띄워서 러셀을 구하러 간다. 찰스의 비행선으로 진입한 칼은 케빈과 러셀을 구하려 찰스와 한판 결투를 하는데 찰스가 집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자 “그래봤자 집일 뿐이야.”라고 말하며 러셀을 구하는 데 집중해서 찰스를 물리친다. 결국 케빈을 구해서 새끼들이 있는 숲으로 돌려보내고, 러셀과 더그를 비행선 ‘모험의 정신’호에 태우고 돌아온 칼은, 개와 함께 양로원에 들어가고, 승급행사에 오지 않은 아빠 대신 러셀에게 배지를 수여하여 그를 선임대원으로 승급시켜 주고, 러셀과 즐거운 소풍도 다니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좋아하는 색 자동차수 세기 게임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엘리의 앨범 뒷부분은 러셀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 찬다.
영화의 오프닝은 마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 평생을 사랑하고 이별한 후 남은 사람의 슬픔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생을 함께 한 사람이 떠난 후의 빈자리는 너무도 크다. 아침에 깨고 났을 때 침대의 옆자리가 비어있고, 식사할 때 식탁의 앞자리가 비어있다. 그들이 살았던 집은 엘리 그 자체이다. 모든 가구, 소품, 사진 등 어느 것도 엘리가 아닌 것이 없다. 특히 둘이 나란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던 둘의 안락의자는 그사람과 일체였다. 그는 집안에서 떠나지 않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로맨틱한 스토리가 있나 하는 순간에 반전이 있다. 엘리가 세상을 뜨면서 남긴 사진과 쪽지이다. 그녀는 말괄량이 시절부터 레인보우 폭포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 꿈이었다. 칼도 죽은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고 페루에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모험은 폭포에 가는것이 아니라 칼과 인생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로가 아니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세상을 보여준 것에 감사하면서, 이후에는 칼이 다른 모험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신만 그리워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노년의 제2의 인생과 모험을 말할 때 적극적인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떠올리기가 쉬운데, 영화는 노인이 시간이 만든 지혜로 다음 세대를 돕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는 메시지를 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은 비록 원하던 아이를 얻지 못했으나 칼은 우연히 마주친 외로운 소년 러셀과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칼은 엘리를 사랑했지만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에만 매몰되어 물건만 매만지면서 살지 않고, 세상에 나와서 다음 세대에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된다.
그의 인생의 1막이 엘리와의 지극한 사랑이었다면, 2막은 러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그가 성장하게 돕는 것이다.
요즘 노인 세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인물이 탐험가 찰스 먼츠가 아닌가 한다. 그는 젊은 날 많은 것을 성취한 인물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방향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목표지향적이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증거를 들고 돌아가서 자신이 최고임을 보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의 곁에는 사람이 없다. 연인과의 사랑도 후계자의 양성도 다 필요 없고 그저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하면 되는 사람이다. 찰스는 칼이 어렸을 때 이미 어른이었는데, 칼이 노인이 되었을 때도 그다지 늙지도 않았다. 자신의 목표에 이르기 전에는 늙지도 않는다. 늙어서도 힘이 넘치게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시대일지도 모르지만, 인생의 평생 발달 단계 중 노년의 단계에서는 다른 차원의 성숙한 가치를 가지고 사는 것이 더 멋진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