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Mar 18. 2024

나도 엄마가 해준 음식이 먹고싶다

두부 양배추 만두(라이스 페이퍼 쌈)

     

식사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무얼 먹을지 기대하며 나만 바라본다.  별수 없이 식사 준비를 하다가도 가끔씩 어이가 없어서 웃고만다.

 늘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아왔으니 그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나 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따로 해먹을 여유는 없었다.


사실 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만두 요리중 만둣국을 제일 좋아한다. 사먹는 만두는 좋아하지않는다. 들큰한 조미료 맛이 많이 나는 사먹는 만두는 찌거나 튀기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지만, 국물에 끓이는 만둣국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가끔 이북 음식 하는 에 가서 조미료 없이 좋은 재료로 만든 만둣국을 사 먹기는 하지만 그것도 입맛에 딱 맞지는 않는다.

     

이럴 때 친정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엄마는 옛날에 만두를 참 많이 만들어주셨다. 설날은 물론이고 보통 때에도 많이 만드셨다. 딸이 나밖에 없으니 속 만드는 것은 옆에서 구경만 했지만, 만두 는 것은 항상 도와드렸었다.

내가 만두를 좋아하니 결혼식날 아침에도 하루종일 힘들 테니 든든히 먹고 가라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이 만둣국이었다. 결혼 뒤에도 나 먹으라고 만두를 만드셔서 냉동한 다음 우리 집 냉장고에 채워주시고는 하셨다.


엄마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당연히 소고기와 두부를 넣으셨고 김치만 넣으면 속 쓰리다고 배추를 데쳐서 채 썰어 으셨다. 그 담백한 속 재료의 비율과 맛은 어디서도  수가 없다. 나중에 연로해지셔서 엄마가 만두를 만들 수 없게 되었을 때, 못된 딸은 바쁘다는 핑계로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 드릴 생각은 안 하고 파는 만두 중 가장 엄마 만두와 비슷한 것을 만드는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먹거나 사다가 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만약 나에게 딸이 있었다면 만두를 만들 생각을 했을것 같다. 우리 집은 남편과 아들 둘이 모두 손으로 하는 일이 서툰 집안이다. 요즘은 가르치려고 노력을 해서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요리의 기본도 몰랐다. 게다가 그들은 만큼 만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내가 안 해주어서 제대로 된 만두 맛을 모를 수도 있다.)

모여 앉아서 같이 만든다해혼자 재료 다듬어서 만두속 준비하는 일이 복잡해서 힘든데, 는 것까지 혼자 감당할 수는 없어서 결국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고 엄마 생각이 날 때  특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요리 자료를 찾던 중 혼자 해 먹을 수 있는 엄마 만두 비슷한 음식을 발견했다. 속을 미리 익혀서 월남쌈에 쓰는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찜기에 찌지 않고 그냥 먹으면 되는 간편한 방식이다. 주재료는 양배추와 두부이니 만두와 속이 아주 비슷하고 양을 한사람 먹을만큼 조금만 만들어도 괜찮다. 여기에 취향대로 다진 소고기나 새우 다진 것 등을 첨가하면 맛이나 영양 면으로 손색이 없다.

비록 엄마 만두와 똑같지는 않지만, 좋은 재료로 얼추 만두 비슷한 음식을 나를 위해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만둣국을 끓여먹을수는 없다한계는 있다.

힘들어도 언젠가는 가족들을 불러 모아 앉히고 속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만두를 함께 만들어 먹어야 할것 같다. 

       



<두부 양배추 만두>

-두부를 칼등으로 으깨서 팬에 넣고 볶아서 물기를 날린다.

-그 위에 다진 소고기(불고기 양념을 해서)나 다진 새우(소금 후추를 뿌려서)를 넣고 더 볶는다.

-재료가 다 익으면 계란을 깨트려 넣고 뒤섞어서 익힌다.

-익은 재료를 보울에 옮긴다.

-채 썬 양배추와 당근을 팬에 넣고 식용유를 넣고 소금 후추를 뿌리고 볶는다.

-익으면 쪽파나 부추 다진 것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보울에 넣고 다 섞은 후 조금 식힌다.

-라이스 페이퍼를 뜨거운 물에 넣었다 빼서 접시에 올리고 속을 넣어서 싼다.

-초간장에 찍어서 맛있게 먹는다.

           

이전 13화 문학과 팬심이 어우러진 북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