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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ul 06. 2023

부침개가 유난히 먹고 싶은 날

문밖까지 퍼지는 고소한 기름냄새

건새우 호박채전

‘비 오는 날 먹고 싶은~’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단어가 전이나 부침개이다. 김치전, 해물전, 감자전 등 여러 가지의 전과 요리법이 소개되고는 한다.

전은 다른 이름으로는 부침개나 지짐이나 빈대떡으로도 불린다.

특히 비 오는 날 전이 먹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혹자는 비 오는 소리와 전 부치는 소리가 비슷해서라고 하고, 혹자는 비 오는 날은 기압이 낮아서 전 부치는 냄새가 멀리 퍼져서 이웃집의 기름 냄새를 맡고 먹고 싶은 생각이 더 드는 것이라고도 한다.

한편, 유행가 가사처럼 빈대떡은 돈 없을 때 집에 가서 부쳐 먹는 음식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내 생각을 보태자면, 비가 오면 기분이 가라앉아서 술 생각은 나는데, 비 때문에 나가기는 귀찮고 집에서 술 먹을 때 안주로 부침개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래는 고기가 먹고 싶은데 형편이 안될 때, 부침개가 기름기도 있으면서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쫄깃한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어서 고기 대용으로 먹을 만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쓸쓸할 때 집에서 부침개를 부치며 "칙"하는 소리와 함께 기름 냄새를 풍기는 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면, 어릴 적 명절이나 잔치 때 왁자지껄 모여서 기름에 전을 지지던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은 뜨거울 때가 가장 맛있다며 자식 입에 방금 부친 전을 넣어주시던 엄마 생각도 나고, 대학 시절 친구들과 시장 먹자골목에 가서 막걸리와 솜씨 좋은 아주머니가 부쳐 주시던 빈대떡을 먹던 생각도 난다.

     

전통 전은 밀가루가 아니라 녹두를 갈아서 간 돼지고기와 김치, 숙주, 고사리 등을 넣고 만드는 녹두 빈대떡이었다는데, 요즘 집에서는 녹두를 불려 껍질을 제거하고 갈아서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워서  못하고, 쉽게 여러 가지 주재료에 밀가루를 넣고 부치는 부침개를 많이 먹는다. 과거에는 밀가루가 비싼 재료였다고 하는데 근대로 넘어오며 밀수입이 많아져서 저렴한 재료가 되었다고 한다.

부추전이나 김치전처럼 밀가루 반죽이 중심이 되는 부침개도 있고, 육전이나 생선 전이나 고기완자 전 같이 날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을 입혀서 부치는 속재료가 중심인 전도 있다.

     

나의 시댁은 종갓집이어서 참으로 제사가 많았다. 처음에는 큰집에 모여 함께 전을 부쳤지만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게 되어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지면서 제사 음식 일부를 집에서 만들어 아이들 하교 후, 남편 퇴근 후에 가져가게 되었다. 내가 맡은 음식이 고기완자 전(동그랑땡)이었다. 간고기를 양념하여 두부랑 다진 채소를 섞어 완자를 빚고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물을 입혀서 부치는 것이다. 둘이 하면 아주 쉬운  작업인, 혼자 하면 답이 없다. 북 치고 장구 치고를 혼자 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참고 하다가, 결국 완자를 빚지 않고 빈대떡처럼 모든 재료를 섞어서 밀가루와 계란으로 반죽해서 숟가락으로 떠서 부쳤다. 정통은 아니지만 과정이 간편해져서 나도 좋고, 식감과 맛도 괜찮다고 하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이 되었다.

나중에는 제사가 줄어서 일 년에 몇 번 안 했지만 과거에는 자주 고기완자 전을 부쳤었다. 집에 들어올때 기름냄새가 진동하면 아이들도 그날이 제삿날인줄 알았었다. 그때는 너무 자주 먹어서 아들들이 질려했는데 요즘은 별로 안 해주어서 그런지 그 맛이 그립다고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혼자 먹으려고 부침개를 부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집안행사가 있을 때나 가족들을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만들지만, 반대로 가족들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고 싶을 때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제철 채소와 해물을 섞어 온 집안에 기름 냄새를 풍기며 부침개를 부친다. 집에 들어왔을때 그들을 환대하는 가족이 기다리고있다는 것을 소리와 냄새로 알린다. 그리고 부침개 안주로 가족들과 술한잔을 나누며 걱정거리를 날린다.

     


<오징어 부추전> 두장 분량

-오징어 한 마리를 다듬어서 굵게 다진다.

-부추를 잘 씻어서 3~4센티로 썬다.(쪽파를 섞어도 되고 색을 내기 위해 당근이나 홍고추를 얇게 채 썰어서 넣어도 된다.)

-부침가루 한 컵과 물 3/4컵을 섞고 재료를 넣는다.(바삭한 것을 좋아하면 튀김 가루를 쓰고, 밀가루를 쓸 경우 소금 간을 한다)

-기름을 넉넉히 넣은 팬을 달구고, 재료를 팬에 넣고 비닐장갑을 끼고 얇게 골고루 편다.

-중불로 타지 않게 구워서 잘 뒤집는다.


     

<새우 미나리전> 두장 분량

-냉동 새우를 해동해서 반을 저며 놓는다.

-미나리를 잘 씻어서 3~4센티로 썬다.

-튀김가루 한 컵과 물 3/4컵을 섞고 재료를 넣는다.(부침가루, 밀가루도 가능)

-달군 팬에 반죽을 잘 펴고 부친다.

     

<새우 호박채전> 두장 분량

-애호박 한 개를 채 썰어 소금을 조금 넣고 10분쯤 절인다.

-마른 새우 한 줌을 전자레인지에 1분 돌려 바삭하게 만들어서 작은 절구에 넣고 빻는다.(칼로 다지거나 커터기를 써도 된다.)

-물기가 생긴 호박을 키친타월로 대충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 새우가루와 전분 5큰술을 넣고 섞는다.(전분 없으면 다른 가루를 써도 된다.)

-달군 팬에 반죽을 잘 펴고 부친다.

     

<고기 두부 전>


-두부 한모를 부셔서 소금을 조금 뿌리고 손으로 물기를 짠다.

-간 소고기 300g에 간장 2큰술, 설탕 반 큰 술, 다진 마늘 한 큰 술, 후추 약간, 참기름 한 큰 술을 넣고 밑간 한다.

-양파 반 개와 쪽파 반단을 다진다.(다진 당근과 다진 버섯을 함께 섞어도 좋다.)

-모든 재료를 섞고 부침가루 반컵과 계란 4개,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반죽한다.

-달군 팬에 숟가락으로 반죽적당량을 떠서 올리고 중불로 타지 않게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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