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풀 꺾였다마는 예전에 코비드가 심했을 때는 집안이 총체적 난국이었지. 심지어 고령이시던 외할머니는 코비드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시기까지 했었으니까. 건강하시던 외할머니가 그렇게 황망하게 가실줄은 몰랐다.
나중에 위세가 좀 꺾였지만 혼란은 계속 됐었지. 가족 중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리면, 걸린 사람도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격리되고, 엄마도 아픈 사람을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들여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조심했는데도 결국 엄마와 아빠까지 걸렸을 때, 차라리 가족이 한꺼번에 아팠으면 방에서 못 나와서 답답하거나 가족들이 밥을 따로 먹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억울해 했었단다.
이번에 둘째 내외가 오랜만에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쉬러 왔는데 잘 쉬고 잘 먹고 충전해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니 참 안타까웠다.
증상도 가볍지 않고 많이 아프니 잘 먹여서 빨리 낫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몇 년 전에도 너희가 미국에 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자동차도 없었을 때 부부가 다 코비드에 걸려서 엄청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음식해 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아플 너희를 생각하며 속상했었단다. 그래도 이번에는 엄마 집에 있을 때 아프니 한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엄마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아프니 마음이 편하더라. 집이란 아플 때 쉬라고 있는 곳이잖아. 혼자 있을 때 아팠더라도 어떻게든 회복했겠지만, 가족이약 사다 주고, 맛있는 거 해주고, 걱정해 주면 훨씬 든든하지.
그러나 한편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대신 아파줄 수는 없다는 게 진리란다.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는 없다는 말을 바꾸면,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할일을 해 줄 수도, 대신 돈을 벌어줄 수도 없다는 말이야. 결국 성인이 되면 자신의 삶은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거지. 가족들은 서로 지켜보고 응원해 줄 뿐이야.
방에 있는 동안 엄마가 쟁반에 올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들여보내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사오거나 주문해서 들여보냈지.
엄마는 정신 없어서 잊어버렸는데 네가 방 안에서 먹었던 음식 사진을 찍었더라. 회복한 후에 고맙다며 사진들을 엄마에게 보냈길래 모아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