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고기 좋아하는 너희들에게 채소를 같이 먹는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려고 노력은 했다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네.
엄마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잘 먹는 시대도 아니었고 외할머니가 채식을 좋아하기도 하셔서 철 따라 김치며 나물 반찬을 많이 해주셨었어. 그래서 지금도 엄마는 나물 반찬이 아주 맛있는데, 정작 엄마가 너희에게 나물을 많이 만들어 주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어 찔린단다. 고기반찬이 의외로 만들기가 쉽고 채소나 나물은 다듬고 데치고 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바쁠 때 하기는 번거로운 것도 자주 해 먹지 못하는 이유야.
그래서 너희가 자주 채소를 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추천하려고 해.
음식과 곁들여서, 혹은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스틱 채소와 디핑 소스란다. 서양 사람들 파티 때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지. 단단하면서 길쭉하게 썰 수 있는 채소면 아무거나 좋단다. 색색의 파프리카와 셀러리, 꼬마 당근(큰 당근 썰은 것도 좋아)이 제일 간편하고 컵에 길게 꽂기도 편리하지. 접시에 둥글게 세팅할 거면 방울토마토나 데친 브로콜리도 좋고, 서양 사람들은 양송이버섯도 날로 먹기도 하더라. 디핑 소스는 바쁘면 얼마든지 시판 랜치소스 사 먹어도 되지만, 혹시 시간이 있으면 하나씩 만들어 보렴.
스틱 채소를 컵에 꽂으니 마치 작은 꽃들을 컵에 꽂은 듯 예쁘네.
아빠가 별로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라 엄마가 꽃다발을 별로 받아 보지 못했고, 너희가 어버이날과 엄마 생일에 주는 꽃다발을 받고 기뻐했지만 가끔은 꽃값이 비싸서 아깝기도 했어.
너희가 엄마에게 몸에 좋은 채소를 사다가 깔끔하게 다듬고 잘라서 스틱 채소 다발을 만들어서 주면 감동할 것 같네. 물론 기념일이나 생일에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는 풍성한 꽃다발을 선물해야겠지만 보통때 이런 이벤트를 해주면 좋아할 거야.
오래전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여자 주인공 멕 라이언이 방금 깎은 연필 한 다발의 향기를 맡으며 감동하던 장면도 생각나네. 너희는 기계식 샤프펜슬을 쓴 세대라 모르겠지만 과거 칼로 깎아서 쓰던 향나무 연필은 새로 깎으면 그 향기가 참 좋았거든. 그러니 꼭 꽃이 아니더라도 정성과 마음을 담은 것들을 예쁘게 한다발 묶어서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행복할 거다.
<채소 다듬기>
-색색의 파프리카는 속을 빼고 길게 막대모양으로 자른다.
-셀러리는 잎 쪽은 잘라버리고 줄기 부분만 쓰는데 섬유질이 질기므로 겉 부분은 얇게 벗겨서 파프리카 길이에 맞춰 자른다.(어려우면 감자 필러를 써도 괜찮아)
-꼬마 당근은 밑부분만 잘라주면 되고, 큰 당근은 파프리카 크기로 자른다.
-브로콜리는 한입 크기로 잘라서 씻고 끓는 물에 넣어 30초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목적에 따라 컵이나 둥근 접시나 밀폐용기에 예쁘게 담아 디핑소스와 곁들인다.
-나중에 먹다 남은 채소는 잘게 다져서 닭가슴살이나 삶은 계란을 넣고 콥샐러드를 해먹으면 좋단다.
<요거트 양파 소스>
-그릭 요거트 한 개와 동량의 마요네즈를 섞고, 다진 양파 1/8개, 홀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 꿀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레몬즙 1작은술, 허브가루 1 작은술을 넣고 잘 섞는다.
*보통 요거트는 묽어서 샐러드 드레싱으로는 괜찮은데 디핑소스로는 적합하지 않으니 꼭 그릭 요거트를 사용해라
*치즈맛을 좋아한다면 파마산 치즈 파우더를 조금 넣어도 좋아.
<두부 소스>
-두부 한모를 부셔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가열한 후 체에 밭쳐서 물을 빼고 완전히식힌다.
-블렌더에 두부와 올리브유 5큰술, 꿀 1큰술, 레몬즙 2큰술, 소금 1작은술, 견과류 약간을 넣고 간다.(견과류가 없으면 나중에 피넛 버터를 1큰술 넣고 잘 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