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남아도는 과일이 많을때
아들아~
추석이 돌아왔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때이지. 그러나 기름진 고기반찬을 계속 먹으면 질릴거야. 마침 추석에 사놓기도하고, 선물 받기도 한 과일이 많네. 그냥 후식으로 먹어도 좋고, 상큼한 과일 샐러드를 해먹어도 좋지.
결혼 후 제사나 명절에 가서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면 많은 인원이 먹은 식기를 설거지하는 것도 바쁜데, 꼭 할머니가 엄마에게 과일을 깎아서 내가라고 하시더라. 상차리고 치우느라 바쁜 여자들말고 남자들에게 과일 좀 깎으라고 하면 좋았을텐데.
우리 집에서도 너희들은 엄마가 깎은 과일만 먹었던 기억이 있을 거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각자 과일을 챙겨 먹으라고 하니 너희는 그냥 안 먹는 편을 선택했었지. 과일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니 귀찮아서 안 먹어버리는 거지. 그러면 몸에 좋은 과일을 먹여야겠다 싶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깎아서 부르고, 마지못해 먹어주었다고나 할까? 하하.
원시시대에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생각해 보면, 수렵과 채집의 결과물만 먹었을 테니 고기와 과일이 주를 이루었을 거다. 그러니 오랜 세월 유전자에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로 인식된 식재료에는 과일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따라서 단백질이 포함된 음식과 과일을 식단에 꼭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까기 쉽고 좋아하는 과일을 위주로 먹겠지만, 명절 같은 때는 여기저기서 과일 선물도 들어오니 좋아하지 않는 과일도 집에 많이 있을 거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영양 밸런스를 위해 집에 있는 채소를 몇 가지 섞어서 샐러드를 해 먹는 거다.
엄마 어릴 때 마요네즈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고추장 된장 같은 짜고 매운 양념만 맛보다가 고소한 마요네즈를 맛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게다가 그때는 물에 데친 채소를 무쳐서 만든 나물을 주로 먹을 때라서 생채소와 과일을 마요네즈에 버무려 반찬으로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 찐 감자와 삶은 계란을 섞어서 만들기도 하고, 오랫동안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 주던 반찬이었다.
그때 우리가 그것을 부르던 명칭은 샐러드가 아닌, ‘사라다’였어. 아마 일본식 영어 발음을 우리가 그대로 들여와 썼던 것 같은데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추억이 있는 이름이어서 가끔씩 마요네즈를 주소스로 하는 샐러드에는 사라다라는 이름이 저절로 나온다.
너무 과일만 넣는 것보다는 물기 없는 채소를 조금 섞는 게 좋고, 샐러드 한 가지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감자나 마카로니 같은 탄수화물 재료를 섞기도 하고 삶은 달걀이나 닭가슴살같은 단백질 재료를 넣어서 먹어도 좋아.
집집마다 있는 재료들이 다르니 여러 가지 결과물이 나올 거다. 엄마는 마침 작은집에서 주신 샤인머스켓이 많아서 넣었고, 겨울이라면 맛있고 단단해서 샐러드에 적합한 단감이나 밤을 넣어도 훌륭해. 그 외에는 보통 집에 많이 있는 사과나 귤을 넣고, 부드러운 과일은 먹기 바로전에 토핑처럼 올리는게 좋아. 채소는 잎채소보다는 물이 생기지 않는 단단한 재료인 파프리카나 오이 양배추 데친 브로콜리 등을 넣으면 된다.
엄마 어린 시절에는 고지방이 문제되지 않을 때라 마요네즈만 먹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영양과잉 시대라 마요네즈와 그릭 요거트를 반반 섞어서 드레싱을 만들고 간은 소금대신 다진 페타치즈를 넣었다.
남아도는 과일도 소진할 겸, 맛있는 사라다를 만들어 먹어 보자.
<과일 사라다>
-샤인머스켓을 알알이 따서 깨끗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알이 너무 크면 반으로 나눠.)
-단감, 사과, 귤(집에 있는 과일 중 단단한 것들은 모두 가능)의 껍질을 까고 한입 크기로 썬다.
-브로콜리를 씻은 후 끓는 물에 넣고 1분 후에 꺼내어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뺀다.
-양배추, 색색의 파프리카, 오이 등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마요네즈 4큰술, 동량의 그릭요거트, 홀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 레몬즙 2큰술, 꿀 2작은술, 소금 두 꼬집을 넣고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재료에 드레싱을 넣어 잘 섞고 다진 페타치즈와 다진 견과류를 뿌린 후 반찬이나 디저트로 맛있게 먹는다.
(딸기, 바나나, 키위등 부드러운 과일은 뭉개지니 맨나중에 견과류와 함께 토핑으로 올려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