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기쓰는 복학생 May 15. 2024

한국에 왔다.

뭐하고 지내지


시차 영향도 있지만, 달력상 시간으로 미국에서 지내는 방을 나선지 이틀이나 지났다. 어제 늦은 오후에 공항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은 후 조금 정리하다보니 10시 즈음이 되자마자 졸려서 눕자마자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오전 6시 30분이었다. 순간 다시 잘까하다가 충분히 자고도 또 자려고 하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침대에서 내려왔다.


할게 없었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에는 더더욱. 한국에서 온지 하루 밖에 안돼서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 새로운 일들을 벌려놓기도 귀찮은 와중에 아무 생각 없이 집 밖을 나가 공원을 걸었다. 이전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로 돌아가기도 하고, 작은 등산로도 갔다오고, 한 시간 좀 넘게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온 후 마저 집을 정리하고, 밥을 먹은 후 좀 빈둥대다가 글이라도 쓸 겸 카페로 왔는데, 정작 글을 쓰려고 하니까 별로 쓸 게 안 보여서 생각 정리 좀 하면서 핸드폰이나 만지고 있다. 


어쨌든 카페에서 인터넷이나 하면서 한국에선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할지 고민을 했다. 벌써 수요일인데, 토요일에는 친구랑 야구보러 가기로 했고, 오늘도 딱히 할 게 없는데 야구보러 가야하나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또 혼자 가기는 귀찮고, 계획은 없는데 뭐 계획이 있다고 그걸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으니까 별로 중요하진 않고, 그냥 의미없이 빈둥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면 재밌는 경험이 뭐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렵다. 할 게 없다 할 게 없어.


도무지 일상 같지 않은 낯선 시간이 돌아오니 유학은 근본적으로 일상과 여행의 영역을 뒤바꿔놓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라고 여겨졌던 외부의 세계가 나의 일상이 되고, 반대로 익숙했던 풍경과 그 안에서의 경험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되는 서로 다른 경험의 전환. 원래 여행만 가면 시차 상관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습관이 생기는데(무슨 청개구리도 아니고), 어제는 거의 군대에서처럼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당연한 일상이 돼야하는 습관이 너무나도 낯선 문제적인 나. 그런 관성에서 벗어나 지금 상황을 유지하려면 한국에 있는 한 달 내내 최대한 여러 가지 변수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가. 앞으로 한 달동안 뭘 하면서 지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네. 나만의 에너지원을 찾아나서는 동시에 좋은 생활 습관에 대한 모멘텀을 만들고 싶은데, 나에게 가장 약한 영역에서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가지도잘 모르겠다. 그냥 최대한 즐거우면서도 소비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봐야지.


그래서 생긴 한 가지 목표는, 출국하기 전에 900번째 글을 쓰는거다. 지난 학기에는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기만 해서 많이 못 썼는데, 지금은 뭐 딱히 미룰 구실도 없고, 매일 찾아오는 일상의 디테일을 잘 기억해서 남겨봐야지. 내 글에 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그냥 열심히 쓰는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야구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