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브런치
생즉고.
우여곡절이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모든 사람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을 겁니다.
저는 일기를 잘 쓰지 않습니다. 원래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 여기는데 내가 쓴 감정의 파편들을 마주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일들은 잊고 싶은데 잊히지 않아 현실을 찔러대곤 합니다. 굳이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회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년에 이르러 고등학생 딸의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풍랑을 겪으며, 반석 위에 지었다 생각한 나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실을 견디기 어려워 닥치는 대로 책을 미친듯이 읽던 중 브런치앱을 통해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극소심 내향성의 대문자 I라 다른 사람과 어려운 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잘 못합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으신 훌륭한 작가님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고통만이 온 세상인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발견합니다. 작가님들의 에세이는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삶 속에서 긍정과 회복을 찾고 조금씩이라도 한 발을 내딛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치유모임에 와서 다 함께 동그란 원탁에 앉아 한 명씩 자신의 삶을 말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사건, 고난, 오해, 역경, 도전, 극복, 위로, 격려, 유머,
글 속에서 희망과 힘을 얻었습니다. 읽고 또 읽었습니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됩니다.
이제는 나도 말해볼까. 너무 듣기만 하면 민폐이지 않을까.
내가 힘을 얻었듯 나의 작은 이야기가 혹 다른 분께 함께 살아내는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소심한 일기를 조심스레 써보기 시작합니다.
회피했던 나의 감정을 마주합니다. 쓰다 보니 내가 얼마나 고집쟁이에 찌질한 사람인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이 정도로까지인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더군요. ㅎㅎ
더불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고의 전환과 삶의 각오가 생기기도 합니다.
둘째 아이의 우울로 시작한 일기이지만, 제 인생과도 연결이 되네요.
많이 찌질한 글입니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아.. 이건 성격 개조가 필요한 듯' 탄식이 나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쓸지 방향도 없습니다. 목차도 계획이 불가능하고요.
지금의 이야기라서 미래의 향방성은 불투명합니다.
다만 잘 되리라 기도해 봅니다.
등교하는 너의 뒤통수에
네가 보지 않을 큰 미소를 머금고
기운찬 목소리로 인사하기
"잘 갔다 와. 사랑해!"
내일 네 가방에 넣을
갓 나온 베이글 하나 사다 놓기
하교 후 너의 저녁 식사를 위해
마트에서 장보고 요리하기
저녁을 먹는 너의 옆에서
오늘 있었던 일 떠들어대기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던데
오늘 너의 흔들림은 몇 번째일지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연극을 계속할 수 있어
오늘도
견디고 바라고 소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