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심한 엄마의 찌질한 사랑

마라톤 시작

by 해이나

엄마 나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마음이 너무 불안해요.


2025년 4월. 둘째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둘째가 힘들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토피, 비염, 편두통에 이어 과민성장증후군, 생리통. 이후 두 번에 걸친 수술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되어 절망하고 좌절하기를 수십 번.


하루 종일 공부한다고 스카에 갔다가 이른 오후에 돌아오기를 수십 번.


더 공부하고 싶어서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셨으나 장이 감당하지를 못했고,

이후 여러 영양제를 먹었으나 딱히 큰 도움이 안 되었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불안해서 약국에서 안정액을 사 먹었다 했다.

타인이 다 나를 보는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부담스럽다 한다.


그 자리에서 수소문해서 정신건강의학병원을 찾았다. 전화 건 곳들은 모두 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초진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까지 가세하여 찾아낸 청소년대상 병원에서 다행히 오늘 한 자리 예약이 취소되어서 초진을 볼 수 있었다 .

세 시간을 기다려 의사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약을 처방받았다. 2주 뒤 풀배터리검사를 예약하고 45만 원을 결재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라톤이 시작된 듯하다.



소심한 엄마의 찌질한 사랑


미안 난 태생이 소심해


한 걸음 내딛고 세 번은 두리번거려

누군가의 갈 길을 막아섰을까 봐

누군가의 발뒤꿈치를 쳤을까 봐

누군가의 발을 밟았을까 봐


너를 키우면서도 그래

네게 준 것이 사랑이 아닌 집착일까 봐

날아야 하는 너의 밞고을 잡았을까 봐

강하게 키운다며 상처를 주었을까 봐


좋은 말을 하고도 그래

격려와 응원이 전달이 안되었을까 봐

힘은 안 되고 부담만 주었을까 봐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이인삼각을 하고 싶은데

넘어진 너를 내가 무작정 끌고 뛰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가끔 내딛다가 도로 거두지만

눈을 크게 뜨고 네 눈치를 살피지만

흑역사를 회상하며 이불킥도 하지만


미안 널 사랑해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