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글이에요. 읽지 마세요.^^
현실이 너무 감당이 안되어서 몇 년 만에 브런치에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서 생각을 분산시키고 싶었다. '소심한 엄마의 찌질한 일기'로, 그동안 답답해서 쓴 글들 혹은 시들을 올리려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답답해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하나 더 연재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매일 쓰고 읽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읽어댔다. 그런데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대는데, 어떤 책들보다 브런치의 에세이들이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준다.
어찌나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신지
어찌나 고난과 열심히 싸우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은지
어려움에 지지 않고 나아가는 분들이 많은지
읽을 때마다 반성하고
그분들의 나아감에 감동하였다.
그런데 오늘. 글도 힘이 있어야 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동안 여기에 몇 편의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건, 그래도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글을 못 올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정리라도 하려고 들어왔는데... 엉뚱한 소리를 쓰고 있네...
둘째의 우울이 조금씩 심해지고 오늘은 다행히 학교는 다녀왔으나 침대에 누워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우울도 본격적으로 올라왔다.
울렁거리고 두통과 오한, 참을 수 없는 불안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미친 듯이 올라오자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약통을 뒤졌다.
비상용 약을 입에 털어놓고 나니 좀 나은 것도 같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링티를 연달아 두 개를 섞어서 마셨다.
뭣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설사가 시작되고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며 온 몸에 힘이 빠지고 탈수증상이 왔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마음의 불안과 고통이 사라지지 않아서 다시 약을 먹었다. 이러다간 나도 죽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 베이글을 하나 사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은 못하고 사람구경만 하다 샤워를 했다.
안 가겠다는 둘째를 억지로 일으켜서 집 앞에 학원에 보냈다. 침대에만 있으면 사람 폐인 된다고 집 밖에 나갔다 와야 한다면서 보냈는데, 즐거운 얼굴로 돌아오면 좋겠는데, 또 돌아오자마자 문 닫고 들어갈 것 같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미래가 어둡고 힘들게만 보이는 지금, 다만 남편에게 미안하다.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시할머니도 아프시고 시어머니도 아픈신데다 둘째도 아픈데, 나까지 아파 버리면 남편 혼자서 감당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 나는 힘을 내야 한다. 나는 쓰러지면 안 된다. 나는 버텨야 한다.
기도한다. 제발. 둘째가 우울에서 벗어나기를. 제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