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
모두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그저 술 취해 잠들면 없어져버리는 얕고 간사한,
그뿐이었다.
덮어 놓고 외면하면 사라지는 연기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묵혀놨던 감정들은 마음속 푸석한 잿더미가 되어 점점 쌓여갔고,
그 위엔 내가 눈치챌 수도 없을 만큼 더딘 속도로 낯선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우울과 불안의 새싹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고,
들쑤셔진 구덩이에는 생채기가 남게 되었다.
다행히도 상처는 간질간질 잘 아물어 갔고, 떡잎은 짙은 초록빛을 띠어갔다.
음지에서 자라는 여느 식물처럼,
내 그늘을 먹고 건강하고 잘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