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은 아니였는데 말이지..
[물레를 배우는 첫 날]
'중심만 제대로 잡아도 오늘은 성공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기초 중에 기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느정도 힘도, 테크닉도 있으면 유리하다.
나는 보통 11시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편이다.
분명 중심을 잡은 것 같은데, 막상 돌려보면 아닌 경우도 많다.
중심이 잡혔는데도 불안해서 계속 흙을 만지다 보면, 결국 다시 잃어버리기도 한다.
흙을 물레 위로 올리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을 적당히 쓰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스폰지에 물을 묻혀 살짝 짜서 사용하는데,
마음이 급해진 초보자인 나는 손으로 물을 계속 퍼 나른다.
흙놀이가 아니라 흙물놀이가 되다보니 작업을 정리하는 시간도 두 배가 된다.
사랑과 영혼처럼 내 손 위로 선생님의 손이 포개져서 만들어진 면기.
내 손이 닿아는 있었지만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것과 다름없는 면기다.
그래도 이렇게 큰 기물을 만들다니, 설레였다.
이 면기는 굽을 깎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말려줘야한다.
말릴 때도 금이 가지 않도록 말려야한다.
[북처럼 울릴 때 까지]
기물은 안정적으로 서 있어야 하니 바닥의 굽 정리는 필수다.
그래서 물레 작업의 경우 대부분 굽을 깎는 과정이 따라온다.
그릇 하나의 굽을 깎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초보였다.
성형을 한 기물의 바닥을 정리하기 위해 바닥이 위로가게 뒤집어 다시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잡아준다.
퉁퉁퉁-
내 손가락을 치는 쪽을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여, 최대한 중심을 맞춰주고 기물이 작업 중에 날라가지 않도록 고정시켜준다.
바닥을 두껍게하면 기물이 무거워지고, 갈라질 수도 있다고 하니
기물의 전체적인 두께와 비슷하게 맞춰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굽을 깎는 도구를 이용하여 바닥을 살짝 두드려보면서, 바닥의 두께를 예상한다.
다 같은 소리 같은데, 내 북소리는 아직 멀었다고 하고 다른 수강생의 북소리는 됐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바닥의 소리.
이제와 생각하면, 내가 판단할 때는 약간 찢어질 것 같은 그런 울림이 있을 때
그 정도가 되면 딱 맞게 되는듯하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고 바닥을 굽칼로 찢을까봐 그 두려움에 겁쟁이가 되어 늘 두꺼운 바닥을 만들어 버리곤 했다. 물론 지금도 일정부분은 ing이다. ^^;
선생님이 많이 잘라보고 망쳐보고 찢어봐야 실력도 는다고 하지만
망치느니 차라리 무거운 게 낫다는 조심성이 너무 큰 초보다운 선택이었다.
[그림을 언제 그리느냐에 따라]
아직 초벌 전이라 그림을 그리려면 물감을 이용해야 했지만, 실수로 크레용으로 그려버렸다.
다행히 내가 그린 토마토 그림이 초벌에도 색이 날라가지 않았다.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일까?
그 후 투명유약까지 발라서 마무리가 된 나의 면기.
[내가 썼지만 보기 싫은]
다만, 내가 쓴 TOMATO라는 글자가 너무 예쁘지 않아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영문쓰기, 한글쓰기 수업.
예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나는 캘리도 배우게 되었다.
이때부터, 배운 글자도 연습할 겸 기물 스케치도 틈틈히 하면서 도예작업을 진행했다.
이 정도면 나, 도자기에 꽤 진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