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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2. 2022

두번째 가을03 - 오늘 하루가 선물

오늘 하루가 선물

  

“엄마, 꽃보러 갈까?”

“갑자기 무슨 꽃?”

“엊그제까진가 용인농촌테마파크에 국화꽃 축제 했데요. 축제 기간은 끝났지만 아직 꽃 있겠지.”

“그럼, 꽃이야 있겠지. 축제 끝났으면 사람도 좀 적을 거고. 가보자.”

“신분증 챙기세요, 입장료 무료~”    

 

  어느덧 이런 곳은 무료입장이 가능해진 엄마. 지하철 무료권은 별로 쓸 일이 없어 아쉬워하시는데, 이럴 때라도 잘 챙기면 은근 즐거워하신다. 점심 먹고 어디로 산책하러 갈까 하다가 차를 끌고 나가보기로 한 것. 집에서 2~30분 거리에 있는 공원이니 다녀오기에 부담도 없고, 마침 최근에 꽃축제를 했다니 볼거리도 남아 있겠지! 슬슬 운전해서 도착하니 축제는 끝났다지만 휴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다행히 워낙 넓은 공간이라 사람이 붐비는 느낌은 없다. 입구부터 여기저기 축제의 흔적이 보인다. 국화꽃으로 포토존도 만들어 놓고, 터널이며 동물 모형이며 다채로운 구경거리가 있어 눈이 즐거웠다. 물론, 축제 기간이 지나 약간, 약간은 시든 꽃들이 있었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사람들 바글거리는데 떠밀려 다니며 생생한 꽃구경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다가 잠시 쉬어 갈 곳을 찾아 앉았다. 챙겨간 따뜻한 보리차랑 1인용 등산 방석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하는 순간이다. 언덕 위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공원을 내려다보니 곳곳의 꽃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다 문득 사람들이 뜸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우리 저쪽 갔었나?”

“아니, 계단 있어서 안 간 거 같은데.”    

 

  휴식을 마치고 안 가본 곳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처음에는 계단이라 무조건 패스 했던 곳인데 근처에 가보니 입구에만 계단 몇 개가 있고 사람들도 없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국화꽃 축제였다는데 국화꽃은 없고, 예쁜 문구가 걸려있다.   

  

“엄마, 여기 너무 예쁘다. 우리 사진 찍어요.”

“또?”

“잠시만…”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겠다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삼각대도 안 가져가서 나무에, 바위에 휴대폰을 얹어놓고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했다. 귀찮아하시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요구하는 포즈를 다 취해주시는 엄마.     


“나도 일어나 볼까?”

“아니 지금이 좋은 거 같아요. 찍을게요~”     


  타이머를 누르고 달린다. 여러 시도 끝에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건졌다. 분명 국화꽃 구경하러 갔는데 국화꽃은 한 송이도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오늘의 베스트 포토가 나온 것. 그래, 인생 뭐 있어. 열심히 일하고, 쉴 때 이렇게 산책도 좀 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으면 됐지.


  말 그대로,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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