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스트 Jul 14. 2023

누워있는 여자

1. 부푼 꿈

긴 시간을 누워 지내는 여자로 살아야 했다.     

본의 아니게 몇 개월을 침대에 누워 지내던 시간

난 그 삶도 다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그리고 

행복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해야 했다.


작년 십일월 송정 해변에서 넘어지며 척추에 골절이 생기는 사고는 

나의 생활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꿈만 같았던 시간이 어느새 그렇게 지나갔다. 


2022년의 끝을 누워서 보내며 

2023년의 새해도 누워서 맞이하게 되었다.

누워 지내는 시간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들

하지만 몸의 변화는 의사 선생님 말씀과 딱 그대로 일치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난 병원을 다녀올 때마다 남편에게

장난 섞인 말투로 점쟁이도 이보단 재주가 묘하진 않을 것이라

웃으며 말하곤 했다.


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렇다고 시간이 단거리 달리기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건 아니었다.

정말 장거리 마라톤과도 같은 인내심이 필요했으며 힘든 시간도 많았다.

그렇게 시간은 차곡차곡 제 스텝을 밟으며 느리게 지나갔다.


내 곁에 온 시간들

지금은 칠월의 장맛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여름날 밤이다.

밖에선 맹꽁이들의 맹렬한 울음소리가 옅은 빗소리에

힘차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난 습기를 머금은 밤 이렇게 몇 글자 써 내려간다.

      

오랜만에 네 자매의 이박 삼일 부산 송정에서의 만남을 생각하며 호들갑스럽게 

숙소도 알아보고 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를 알아보며 우리 네 자매를 포함해 네 명이 더 추가된 여덟 명의 여행이다 보니 숙소를 구한다는 게 말처럼 그다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인원이 묵을 넓은 곳은 웬만하면 다 차 버려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와! 또 없네. 이럴 수가. 조금 전까지 분명히...”


숙소를 찾겠다는 의지만큼이나 모든 게 뜻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었기에 매번 심호흡을 해야 하는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기대에 흠뻑 취해 있을 그들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도 컴퓨터 앞을 쉽사리 떠날 수가 없었다. 며칠을 그렇게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요하게 찾아 헤매다 보니 운 좋게 깔끔하고 제법 넓은 방을 예약할 수 있었다. 


"야호! 드디어 예약 끝"


정말 어려운 일을 제대로 끝낸 사명감이랄까.  

잠시의 유치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도 부리며

콧등에 걸려있던 돋보기안경을 내려놓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십일월에 그렇게 많은 인파의 이동이라니 숙소를 찾으며 예상하지 못한 현실을 몸소 팍팍 와닿게 한 짧은 시간이었다. 

하기야 나처럼 모두 일상을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오죽하겠는가. 

말로 표현 안 해도 이게 바로 이심전심의 마음이겠지.


'그래 맞아! 그동안 코로나19로 얼마나 답답한 시간이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